• 맺는 말
  • 이 마지막으로 하게 되는 말은 앞에서 적은 '풀어야 할 문제점' 여덟 가지 다음에 아홉째 문제점으로 들 수 있었지만,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기에 맺는 말로 합니다.
  • 우리 '글쓰기 모둠살이 규칙' '앞글' 첫머리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 '우리 모둠살이 식구들은 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을 쓰면서 저마다 올바르게 살아가는 길을 찾으려고 한다. 또한 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가 우리 자신뿐 아니라 이웃과 겨레와 모든 사람들을 평화롭고 희망이 있는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게 된다고 믿는다'
  • 그리고 '제1조'에는 모둠살이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밝혀 놓았습니다.
  • '우리는 아이들을 올바르게 기르고, 우리 자신을 올바르게 세우고, 이웃과 겨레와 온 인류가 이 땅 위에서 평화스럽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길을 찾아가려고 한다. 이 일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수단이 글쓰기라고 믿고,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우리 모둠살이의 목표로 삼는다.'
  • 또 '제3조'에는 삶을 가꾼다는 말을 다음과 같이 풀어 놓았습니다.
  • '삶을 가꾼다는 것은 사람답게,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이것을 좀더 풀이하면 다음과 같은 말이 될 수 있다.
  • ① 남을 해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
    ② 자연을 잘 알아서 자연을 도와주고, 자연과 어울려 살아간다.
    ③ 일하고 공부하고 노는 것이 하나가 되는 삶을 즐긴다.
    ④ 이름없이 가난하게 살아가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⑤ 어린이와 같은 거짓 없고 깨끗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⑥ 어린이를 사람답고 건강하게 키운다.'
  • 그런데 이 모둠살이 규칙(모두 43조)은 그 중요한 알맹이를 미리 대강 여러 회원들에게 알리기는 했지만, 모두 제가 만든 것입니다. 지난번 총회에서도 어느 정도 자세히 설명했지요. 그러나 처음부터 여러 회원의 생각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총회 때 모두가 좋다고 해서 만장일치로 찬성해서 통과가 되었습니다만, 이 규칙에 대해 별 어줍잖은 말 한 군데를 질문해서 대답한 것 말고는 아무도 다른 의견이나 느낌을 말하는 분이 없었습니다. 물론 모두가 다른 의견을 내어서 말할 여지가 없었다고 저는 보았습니다.
  •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 규칙안을 이사회에서 미리 한 차례 살펴보도록 했을 때도 오직 한 분 이상석 선생님이 한 말을 기억합니다.
  • "이거, 선생님이 발표하시는 '새 천년을 시작하는 우리들의 길'이네요."
  • 이상석 선생님 말이 맞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문제가 됩니다. 물론 어느 회원 한 사람의 좋은 의견을 전체 모둠살이 식구들이 공감하게 되어 그것이 온 식구들의 살아가는 행동 목표가 되고 행동을 규제하는 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지난날과 지금의 자리, 그리고 43조나 되는 많은 내용들을 두고 생각할 때, 이것은 아무래도 제대로 잘 나간 것이라고는 보기 힘듭니다. 결국 '이건 또 나 혼자 무엇을 보여주어서 모두가 받으라고 시키는 꼴이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정말 모두가 공감했다면 어째서 그렇게 공감한 데 대한 말 한 마디도 없었을까? 아무리 좋은 생각, 좋은 길이라도 누가 앞장서서 가는 그 뒤를 따라가기만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차라리 조금 잘못된 길이라도 스스로 그 길을 나서서 열어가는 것이 좋고, 그렇게 해야 그 길이 잘못되었다고 깨달을 수도 있고, 그래서 다시 다른 참된 길을 찾아갈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요.
  • 이렇게 생각하니, 만약 글쓰기회의 여러 가지 일이 막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 그 책임이 거의 모두 저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잘못된 책임의 전부가 저에게 있다고 할 수 없다면 적어도 그 모든 잘못의 근본, 잘못된 가장 많은 부분이 저 때문이라고 깨닫습니다. 이래서 저는 앞으로 글쓰기회 밖에서 남은 삶을 나대로 살아가는 것이 글쓰기회를 살리고 참된 글쓰기 문화를 꽃피우는 길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우리 나라 글쓰기 교육과 우리 글쓰기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저 이야기로 끝을 맺게 되었네요.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이오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