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 교육 연구회에서 글쓰기 연구회로
  • 1995년 1월 총회에서 한국 글쓰기 교육 연구회는 '우리 말 살리는 모임'과 합병하여 '한국 글쓰기 연구회'로 다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아이들의 글쓰기 교육만을 연구하는 모임이었는데, 이때부터는 아이들의 글쓰기 교육과 함께 어른들 자신의 삶을 가꾸는 글쓰기와 우리 말을 올바르게 쓰는 일을 함께 공부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때까지 나온 회보 <참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은 95년 2월호(71호)로 마감하고, 95년 3월부터는 <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월보로 내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아이들의 글쓰기 교육과 함께 어른들의 글쓰기와 우리 말 살리는 글쓰기도 함께 공부하도록 자리를 넓힌 까닭은, <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창간호 첫머리에 잘 밝혀 놓았습니다. 다음은 그 글의 전문입니다.
  • 새 길을 떠나면서 글쓰기로 하는 가르치기와 배우기와 말 살리기
  • 우리 글쓰기회가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교육을 목표로 하여 외롭고 험난한 길을 나선 지 어느덧 11년 반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군사독재정권과 그 정권에 길들여진 행정 관료들의 한결같은 박해와 냉대에도 굽히지 않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어설픈 남의 나라 글로 된 굳어진 관념의 체계가 만들어 낸 권위와 그 권위가 휩쓸던 시대의 흐름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이 땅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슬기를 다하고 힘을 다 바쳐 왔다. 그 결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란 말은 이제 우리 나라에서 참교육의 알맹이를 가리키는 말처럼 되었고, 글쓰기로 훌륭한 교실문화를 만들어서 온 나라 교육계에 본을 보여주는 회원들도 적지 않게 되었다.
  • 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멀고 아득하다. 그리고 갈수록 삶을 가꾸는 일은 힘들고, 때로는 절망스럽기조차 하다. 아이들은 삶을 빼앗긴 채 서글픈 어른으로 되어 가고, 이 땅과 백성들 속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정치와 경제의 논리는 교육마저 마구잡이로 끌어 가고 있는 판이 되어, 이제 우리는 그 어느 어른이고 아이를 붙잡고 사람답게 살아 보자고 마음놓고 말할 상대조차 없게 되었다.
  • 여기에다 농촌이 없어지고, 농촌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우리 말과 삶이 뿌리째 뽑혀 버려지게 되었으니, 어디서 어떻게 아이들의 삶을 가꾸겠는가?
  • 올해는 포악한 일본 제국주의에서 해방된 지 50년이 되는 해다. 사람들은 분단 반 세기를 맞아 통일의 기운이 무르익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로는 우리 겨레의 역사에서 가장 큰 위기가 닥쳐왔다. 그것은 겨레의 목숨인 우리 말이 아주 결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위기를 바로 보지 못한다면 우리 겨레의 앞날은 오직 암흑밖에 없을 것이다.
  • 아이들을 살리는 글쓰기 교육은 이제 그 무엇보다도 먼저 겨레말을 살리는 교육부터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글쓰기 교육 연구회'가 '우리 말 살리는 모임'과 하나로 되어 '글쓰기 연구회'로 새 출발을 하게 된 까닭이 이러하다.
  • 이것은 글쓰기 교육운동의 길을 바꾼 것이 아니다. 근본이 되는 문제를 깨달은 것이고, 겨레의 위기를 앞에 두고 나라를 구해 내는 교육을 해야겠다는 뜻을 굳힌 것이다. 우리 말을 살리는 일은 아이들에게 우리 말을 이어 주고, 아이들의 말을 지키고 가꾸는 것을 가장 큰 일로 삼아야 하게 되었다.
  • 글쓰기 교육과 우리 말 살리기를 따로 보아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게 참된 글을 쓰게 하는 일과 어른이 스스로 글쓰기 공부를 하는 것도 우리 말을 살리고 삶을 가꾸는 일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글쓰기 교육과 글쓰기 공부와 우리 말 바로 쓰기는 하나인 것이다.
  • '글쓰기 연구회'는 글쓰기 교육과 우리 말 살리기와 글쓰기 공부, 이 세 개의 바퀴로 굴러가는 수레이지만, 이 세 개의 바퀴를 굴러가게 하는 굴대는 우리 말이다. 그리고, 이 바퀴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근원이 되는 힘은 글쓰기 교육의 정신이다. 이 정신이 이와 같은 참된 길을 발견하게 했으니까.
  • 먼 길을 이제 또 새 이정표를 세워서 떠나게 되니 아이들처럼 가슴이 설레인다.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다잡아 우리가 가져야 할 몸가짐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확인해 보자. 첫째는 스스로 삶을 채찍질해서 가꾸어 가고, 둘째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그 아이들한테서 배우고, 셋째는 깨끗한 우리 말을 쓰고. (이오덕)
  • 이렇게 회원들이 공부해야 할 자리가 넓혀지고 많아지고, 회원들이 늘어남에 따른 사무도 많아져서 사무 처리를 전담하는 유급 직원을 두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회원들이 할 일과 공부거리가 많아지니까 도리어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만족스럽게 하지 못하는 흐름이 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다가 갈수록 아이들을 참되게 가르치는 일, 우리 자신의 삶을 가꾸는 일이 힘드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지금 2000년 3월 현재 <글쓰기> 회보는 55호가 나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여기서 지난날을 돌아보고, 다시 한번 이 땅과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가슴마다 뜨거운 사랑의 불을 붙여야 하겠습니다. 지난 1월 총회에서, 우리들이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기어코 가야 할 힘드는 길을 모두가 즐겨 가기로 약속한 '모둠살이 규칙'(<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54호. 2000.2)은 이런 뜻에서 우리 자신을 살리는 오직 한 길이었습니다.
  • (붙임) 2004년 1월 정기총회에서 회 이름을 다시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로 바꾸기로 결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