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글쓰기 교육 연구회 창립
  • '한국 글쓰기 교육 연구회'(이하 글쓰기 교육 연구회)는 1983년 8월(20일. 과천 영보수녀원)에 결성했습니다. 이 모임을 만들게 된 까닭은 회보 <글쓰기 교육> 1호 첫머리에 나온 '우리의 믿음과 태도'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 글의 한두 대문을 여기 옮겨 보겠습니다.
  • '지금까지의 글짓기 교육은 손끝으로 잔재주를 부리도록 가르쳐 왔다. 이러한 재주부리기는 문예교육이란 이름으로 국민학생들에게는 말장난을 일삼도록 하였고, 중고등학생들에게는 주로 애상에 잠기거나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일부 문인들의 글을 흉내내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로 모든 학생들에게 공통되는 것은 삶을 외면하는 태도였고, 실감이 없는 빈 말을 꾸며 만드는 손재주였다. 그리하여 글짓는 재주라면 으레 자기자신과 인간의 문제를 될 수 있는 대로 멀리 떠난 가공의 세계나 거짓 이야기를 머리로 짜내어 만드는 노릇이라고만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이 글의 본질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거의 모든 글짓기 교실의 흐름이었다. 글쓰기에 대한 이런 비뚤어진 생각은 지금도 다름이 없어서 갈수록 그 병폐가 깊어지고 있으니 이것은 예사로 보아 넘길 수 없다.
  • 우리는 이런 비뚤어진 생각과 병든 현장의 교육을 바로잡으려고 한다. 글을 머리로 지어 만든다는 느낌이 드는 글짓기란 말을 고쳐 글쓰기라 말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 글쓰기 교육은 삶을 떠난 글 만들기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삶을 바로 보고 삶을 이야기하는 글을 쓰게 하는 데서 아이들의 세계를 건강하게 가꾸어 가려고 하는 것이다.'
  • '어린이의 글은 그들의 삶과 그 삶에서 우러난 느낌과 생각을 꾸미지 않고 수수하게, 그들 자신의 말로 쓰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조금도 오염이 되지 않은 맑은 샘물과도 같은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 글에서는 우리의 희망과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모든 길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 어린이 글에는 어른들이 일으켜 놓은 흙탕이 들이 있기도 하다. 어린이 글에는 어린이의 삶과 이 시대의 모든 문제가 들어 있다. 이러한 어린이의 글을 바르게 읽어 내는 일부터 우리는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들이 하려고 하는 글쓰기 교육의 첫걸음이다.
  • 따라서 우리는 어린이의 글에서 먼저 배운다. 그리하여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생각을 나누고 충고와 비판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글쓰기 교육은 어린이를 글쓰기로 키워 갈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이 어린이와 함께 자라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 지금까지의 글짓기 교육은 백일장 입상 목표로, 학교 교육의 선전 수단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그것은 상업성을 띤 것이 아니면 정치성을 띤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불순한 기틀로 시작된 교육을 따라갈 수 없다. 이런 교육이 얼마나 크게 어린이를 해치고 병들게 하였던가를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불순한 목적을 가진 어떠한 외부의 유혹이나 압력에도 굽히지 않을 것이며, 단호하게 이를 물리칠 것이다.'
  • 글쓰기 교육 연구회 모임을 발기한 사람은 13사람으로 되어 있지만, 결성 모임에 참가한 사람은 47명이었습니다. 그리고 <글쓰기 교육> 회보 2호에 나온 회원 명단에는 62명이 나와 있습니다.
  • 글쓰기 교육 연구회에 처음부터 참가한 사람들의 이름을 보면, 서울을 비롯해서 경북, 부산, 충청, 전라, 강원… 각 지방에 있는 사람들로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전국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한 자리에 모일 수 있게 되었을까? 이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경북 글짓기 교육 연구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