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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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5-04-17 03:49
    2014년 8월 연수를 다녀와서(김건태 선생님)
     글쓴이 :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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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연수를 다녀온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연수 마지막 날 공정현 선생님께서 연수 후기 글을 부탁하셨을 때부터 후기 글을 써야 한다는 게 마음 한켠 부담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아직 부산 글쓰기 모임에 나오기 시작한 지 반 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가 어떻게 써야 할지 조금은 막막했기에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마음을 먹고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연수 후기를 쓰기 전에 제가 글쓰기 모임에 오게 된 이유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수학이나 과학을 좋아하는 이과생이었고, 공대를 다니다가 다시 교대에 들어와서 선생이 되었기에 국어나 글쓰기 지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의 마음이 전혀 담겨있지 않은 일기를 보고 실망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부산인디스쿨스터디 모임에서 글쓰기를 주제로 한 해 동안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의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책을 가지고 공부를 하면서 아이들과 일기 쓰기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부산글쓰기회 선생님들을 모시고 글쓰기 연수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속마음이 담긴 글을 보면서 정말 엄청난 감동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글쓰기의 매력에 푹 빠져서 혼자서 아이들과 글쓰기를 계속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12월에 부산글쓰기 모임에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이 혼자 들어왔지만, 왠지 처음부터 가족처럼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참교육을 하는 선생님들이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함께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교실 이야기도 나누는 이 모임이 정말 좋았습니다. 여름 연수에 참여하면 이렇게 좋은 선생님들을 더 많이 만나 뵐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혀 고민하지 않고 이번 여름 연수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첫날, 첫 주제 발표는 이주영 선생님의 ‘우리 겨레 어린이문학의 흐름과 나아길 길’이었습니다. 어린이 문학에 대해서 전혀 모르던 제가 어린이 문학의 역사와 흐름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사례 발표는 서정오 선생님의 ‘교과서 옛이야기 살펴보기’였습니다. 이 발표를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교과서에 있는 옛이야기뿐만 아니라 어릴 적부터 즐겨 들었던 옛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교훈에 대해서 크게 의문을 갖지 않았습니다.
    부지런해야 한다거나 권선징악이 담겨 있는 옛이야기들이 자본주의의 논리가 담겨 있는 가짜 교훈이라는 말이 참으로 충격이었습니다.
    주인이 하인을 부리기 위해서 만든 건 가짜 교훈이고 동무가 동무를 위해서 하는 걱정이 진짜 교훈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옛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바보’들입니다. 바보도 있는 그대로 즐겁게 살 수 있도록 인정해 주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게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말이 참으로 감동이었습니다. 이 발표 후에 연수를 하는 사흘 내내 ‘바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기도 했습니다.
    첫날 저녁에는 각 지역 글쓰기 모임 소개와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보통 연수에서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면 간단하게 이름과 소속만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역시 글쓰기 연수는 달랐습니다. 자기소개만 무려 세 시간 가까이 한 것 같습니다.
    한 분 한 분 다들 자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놓았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저도 편하게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둘째 날은 탁동철 선생님의 ‘두근두근, 시 만나기’ 사례 발표로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시를 읽으면서 시 속에 푹 빠져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무척이나 놀라웠습니다.
    시를 만나면서 선생님과 아이들과 시가 하나가 됩니다.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됩니다. 우리 반 수업 모습이 떠오릅니다. 무미건조하게 교과서에 있는 시를 읽고 문제 풀이에만 급급했던 제 모습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저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시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사례 발표는 윤태규 선생님의 ‘어린이의 삶과 문학’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께 이야기를 들려주던 어린 이야기꾼이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어서도 교실 이야기를 즐겨하고 그 교실 이야기들로 동화책을 쓰는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특히 방학과제를 아이들이 스스로 내게 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도 겨울방학 때는 꼭 이렇게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사례 발표는 이무완 선생님의 ‘교과서와 문학 교육’이었습니다. 교과서 속의 문학 교육이 진정한 문학 교육이 아니라 국어교육을 위한 참고 자료로 쓰이는 현실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문학 작품을 통해서 지식을 얻는 교육이 아니라 온전히 문학 작품에 푹 빠져서 작품과 소통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틀에 걸쳐서 다섯 발표를 마치고 점심밥을 먹고는 모둠을 나누고 모둠활동을 했습니다. 우리 모둠은 근처에 있는 동학사로 나들이를 가기로 했습니다.
    자연을 벗 삼아 유유히 걸으면서 나무에 대한 공부도 하고 시원한 계곡과 숲을 바라보며 마음을 정화하기도 했습니다. 막걸리와 파전을 함께 먹으면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런 게 진정한 살아 있는 공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과 같이 많이 놀고 많이 뛰고 학교 밖으로도 자주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학사에 다녀온 후에는 저녁밥을 먹고 함께 자료집 합평 토론을 했습니다. 전 연수 오기 전에 미리 글쓰기 회보 집에 있는 선생님들의 글을 찬찬히 다 읽어봤습니다. 같은 부산식구라서 그런지 구자행 선생님의 글과 김경해 선생님의 글에 특히 마음이 많이 갑니다.
    구자행 선생님의 글 속에 나오는 해인이처럼 자기의 상처를 글로 쓰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자라고 상처가 낫게 되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이 생기나 봅니다.
    저도 예전에 새내기 교사였을 때 학교생활이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힘든 마음을 글로 쓰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마음이 자라는 걸 직접 겪었습니다. 이런 게 바로 글쓰기의 진정한 힘인 것 같다는 구자행 선생님의 글에 공감합니다.
    김경해 선생님의 글을 보면서 스스로 반성했습니다. 우리 반에 성민이 같은 아이가 있다면 난 어떻게 할까. 마음속으로는 그 아이를 좋아하고 아끼고 위한다고 하면서 나만의 틀과 기준으로 그 아이를 많이 구속하려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 아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잘못된 행동을 고쳐 주려고 하면서 아이와 많이 다툴 것 같습니다. 스스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저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아이를 온전히 바라보고 인정해 주고 믿어 주면 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실제로 행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저도 조금씩 김경해 선생님과 닮아가고 싶습니다.
    둘째 날 저녁에는 이호철 선생님과 윤태규 선생님의 퇴임 잔치가 있었습니다. 지역모임 별로 준비한 정성스런 선물과 장기자랑까지 참으로 인상 깊고 감동 있는 자리였습니다.
    부산글쓰기모임에서도 오래 전부터 장기자랑을 준비했습니다. 함께 준비하고 연습하는 과정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퇴임 잔치를 했고 잔치가 끝난 후에는 서로 담소를 나누는 뒤풀이가 이어졌지만 저는 다음 날 부산까지 운전을 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은근히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다가 술자리를 즐기지 않기에 왠지 불편할 거 같아서 자리를 피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제 모습이 조금 못마땅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연수를 마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박 3일의 짧다면 짧은 연수를 마치면서 저는 이 연수가 가족 모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으로 서로를 위하고 마음을 나누는 모습들이 참 감동이었습니다. 저는 이 가족 모임에 처음 발을 내딛는 손님 같습니다.
    첫 만남이기에 아직은 조금 어색하고 서먹하지만 이런 가족 모임에 자주 나오다보면 저도 같은 식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는 글쓰기 회보에서 선생님들의 이름을 보면 많이 반가울 거 같습니다.(2014.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