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5-04-17 03:48
2014년 8월 연수를 다녀와서(김명중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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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태희
조회 : 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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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령을 받고 아이들과 학교 뒷산에서 뛰어놀던 기억이 난다. 봄날 쑥을 뜯어 국도 끓여 먹고 떡볶이도 해 먹으며 행복하게 보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과는 멀어지고 일과 가까워졌다.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가르치기에만 급급했다. 각종 대회 참가에 신경 쓰느라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지 못했다. 내 기준대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짜증냈다. 점점 아이들은 내 마음에서 떠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이호철 선생님의 ≪살아 있는 교실≫을 읽게 됐다. 지금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왜 선생을 하고 있을까? 처음 교단에 섰을 때의 마음은 어땠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오덕 선생님을 알게 되고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내가 무슨 선생 노릇을 했다고≫ 책들을 찾아보았다. 글쓰기교육연구회도 알게 되어 회원으로 가입해 회보도 받아보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 회보를 받았지만 직접 연수에 참가하기는 처음이다. 몇 년 전부터 참가하려는 마음은 있었지만 글쓰기 숙제가 부담돼 미뤄뒀다. 하지만 자꾸 회보만 받으니 절반 정도 읽고 쌓아 두게 되었다.
정성껏 회보를 만드는 선생님에게도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미안했다. 글쓰기 공부를 혼자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 주변 글쓰기 모임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내가 사는 청주도 충남 지역도 모임은 없었다. 답답했다. 글쓰기 공부를 하는 선생님들을 만나고 싶었다. 어떻게 모임을 하는지, 어떻게 삶을 가꾸며 사는지 궁금했다.
이참에 미뤄 두었던 글쓰기 연수를 신청했고 후배 선생님에게도 함께 가자고 했다. 부담스러운 글쓰기 숙제도 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연수 날을 기다렸다.
오랫동안 알았던 사이처럼 친하게 인사하는 선생님들을 보며 부러움 반, 어색함 반으로 연 수시간을 기다렸다.
연수 시작은 이주영 선생님의 ‘어린이 문학의 흐름과 나아갈 길’이었다. 어린이 문학의 역사와 흐름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셨다. 아이들 삶의 참 모습과 아이들의 진정한 소망과 아이들을 에워싼 자연과 세계의 진실을 보여주는 문학, 다시 이오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오덕 선생님의 말처럼 책을 읽을 곳, 시간, 그리고 울림을 주는 책을 아이들에게 줘야겠다. 무엇보다 우선 어린이 책을 가르치기 위해 보지 않고 그리고 내 삶을 가꾸고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연수는 서정오 선생님의 옛이야기 강의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교과서 이야기가 왜 바뀌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숨은 의미를 찾아야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 있을 게 있고 없을 게 없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요즘 사회를 보면 상식이 아닌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옛이야기가 더 다가온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되게 하는 길이 바로 옛이야기에 있다.
요즘 잠들기 전에 세 살 딸아이에게 옛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준다. 알아듣는지 잘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듣는다. 나도 옛이야기 연습이 되서 좋다.
세 번째 연수는 탁동철 선생님의 ‘두근두근, 시 만나기’였다. 강원도 특유의 말투와 선한 인상이 기억에 남는다. 듣는 사람을 확 휘어잡는 강의는 아니지만 조금씩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시와 함께 머무르고 삶을 가꾸어 나가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 식물 뽑은 범인을 찾기 위해 선생님은 아이들과 시를 쓴다. 달맞이꽃을 보고 싶다는 말에 하루 종일 꽃을 찾으러 다닌다.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그리고 선생님은 아이들이 되었다.
나도 이오덕 선생님의 책들을 보며 의욕에 넘쳐 글쓰기를 지도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 보니 난 흉내만 냈었다. 그러니 나도 아이들도 기쁘지 않았다.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푹 빠지지 않고는 시를 두근거림으로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네 번째 연수는 윤태규 선생님의 ‘어린이 삶과 문학’이었다. 어머니에게 학교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이야기꾼이 되었던 선생님. 방학동안 신나는 숙제를 내며 내 삶의 주인이 되도록 아이들과 함께 한 선생님.
교실을 바꾸어 달라고 하다가 결국 교장선생님을 바꾸어 달라고 해도 뿌듯한 맘을 가진 선생님. 이야기 들으며 내내 생각하고 생각했다.
마지막 연수는 ‘교과서와 문학 교육’을 주제로 이무완 선생님이 발표하셨다. 교과 목표에서 나온 수용과 생산이 사회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너무 기능주의로 빠지는 국어 교육의 문제점, 그리고 분석이 아닌 문학으로 경험하고 느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다음은 토의와 합평시간이었다. 이주영 선생님을 중심으로 상식의 중요성, 삶이 없는 아이들의 문제, 교육과정 문제, 그리고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토의했다.
사회를 올바르게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 역사 공부, 인문학 공부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없는 아이들의 모습은 회보 속에서도 많이 보였다. 그 속에서 아이들의 삶을 가꾸기 위한 선생님들의 노력이 바로 해답이라 생각했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 나를 표현하며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 글쓰기 공부를 제대로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합평 시간은 처음엔 긴장이 많이 되었다. 보낸 글이 삶이 진솔하게 담긴 이야기가 아니라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내 글을 찬찬히 읽어 주시며 정성껏 합평을 해 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
김제식 선생님이 합평을 강조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글쓰기 공부를 하며 서로 쓴 글을 이야기하며 함께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공부를 다 마치고 이호철, 윤태규 선생님의 퇴임식이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바보들의 이야기였다. 막바지 절정에 다다른 듯싶었다.
처음에는 의례하는 뒤풀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하나둘씩 큰 선생님들을 향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보내는 이야기에 뭉클했다. 귀여운 이주영 선생님의 덩실춤, 망가지며 웃음을 줬던 막춤들, 톡톡 튀는 기발한 노래, 진솔한 이야기로 퇴임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뜨거워졌다. 하나도 빠짐없이 축하의 말을 전하며 조금씩 가족이라는 의미가 다가왔다. 좋은 벗들과 함께 막걸리 여행을 떠나신다는 큰 선생님들이 참 부러웠다. 나도 교단을 떠날 때 이렇게 후배 선생님들의 따뜻한 배웅과 헹가래로 마무리가 되면 참 행복하겠다 생각했다.
연수 마지막 날은 한 명 한 명 따뜻한 인사가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 어색하기도 했지만 눈을 맞추고 떠나니 그 마음들이 오래 잊혀 지지 않는다. 글쓰기 공부를 시작해 다음 연수 때는 충남 선생님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도 커졌다.
이제 여기저기 공부할 사람을 찾고 있다. 한두 명이라도 시작해야겠다. 삶의 주인이 되는 참 공부를. (2014.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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