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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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5-04-17 03:45
    2014년 1월 연수를 다녀와서(주순영 선생님)
     글쓴이 :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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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 목공소’를 쓴 김진송 씨는 아이들에게 상상력이나 창의력을 일깨우려면 아무 것도 없는 빈 방에 홀로 두어 보라고 했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온갖 장난감을 사 준다. 장난감이 차고 넘친다. 장난감을 쌓아 두는 방이 따로 있을 지경이다. 아이들은 얼마쯤 가지고 놀다가 싫증나면 새로운 것, 또 새로운 것을 가지려고 한다. 장난감이란 게 플라스틱으로 된 것이 대부분인데다가 유행을 타고 부모들의 욕망을 부추기고 장사꾼들의 돈놀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든 것이 귀하던 우리 어릴 적 놀이를 생각해 보면 돈 주고 산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았다. 돌, 풀, 흙, 물, 나뭇가지, 헌 종이, 병뚜껑, 고무줄, 핀 뭐 이런 것들이었다. 그런 것들을 가지고 눈 뜨면 바로 밖으로 내달려 날이 어둡도록 놀지 않았는가! 맨 몸으로, 빈 손으로도 아이들은 놀잇거리를 생각해 내고 꾸며 내어 참으로 재미나게 잘도 놀았다. 천박한 자본이, 넘치는 물질세계가 우리 아이들에게 놀이를 빼앗아 갔다.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12월호에 박선미 선생님의 글쓰기 지도 ‘비닐 봉다리 하나만 있어도 잘 논다’를 보고 몇 자 적어 보려고 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글쓰기 지도라기보다 새로운 놀이를 개발한 것 같아 기뻤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비닐 봉다리 하나 던져 주고 놀아보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릇 좋은 글이나 재미난 일은 해 보고 싶게,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오덕 선생님이 글을 쓰는 목적은 아이들 삶을 가꾸는 데 있고 글은 그 수단이 된다고 했다. 이 글쓰기 지도에는 삶(‘놀이’)이 먼저 있었고 이것을 충분히 겪어 본 다음 글을 쓰고 다듬고 발표하는 과정이 나와 있다. 무려 사흘에 걸쳐 놀고, 글 쓰고, 다듬고, 나누고, 보탰다.
    어쩌면 박선미 선생님도 이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란 생각을 하지 못한 게 아니었을까? 그냥 체육 시간에 마음껏, 힘껏 놀아 보게 하려고 했지 싶다. 그런데 아이들의 반응? 오호라 신기해라, 기특해라, 놀라워라! 뭐 이런 게 아니었을까?
    모둠끼리 머리 맞대어 놀이를 만들어 내고 그 놀이에 흠뻑 빠져 재미나게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선생님 얼굴이 떠오른다. 그렇지, 이런 걸 놓치지 말아야 해.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글을 쓰게 했다. 워낙 재미나게 놀았으니 아이들 글을 기대하셨으리라. 선생님 큰 기대에 미치진 못하였으나 그래도 놀았던 일을 붙잡아 생생하게 쓰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이들이 쓴 글을 함께 나누고 다른 보기 글을 읽어주고 선생님이 나아가려는 방향으로 아이들을 이끌었다. 아이들은 눈치 못 채게. 이 부분에서 나는 이 아이들이 3학년이란 걸 알았다.
    글을 읽으면서 요 녀석들이 대체 몇 학년이길래 요런 생각을 하고 요런 말을 할까 싶었는데. ‘설명하는 글’로 쓴 보기글이 딱 안성맞춤이었다. 보기글을 읽고 아이들은 자신이 쓴 글들과 견주어 보고 더 나아가 선생님이 보태는 말을 듣고 아이들은 쓰고 싶어졌다. 어쩌면 ‘나도 저렇게 써 봐야지.’ ‘나도 저렇게 쓸 수 있을 걸.’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 그런 마음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글쓰기 지도의 알맹이가 아닐까? 아이들은 또 다시 엎드려 글을 썼다. 먼저 쓴 글을 다듬고 보태어.
    회보에 실린 세 편 글은 3학년 아이들도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보여 주었다. 글을 읽고 개학하면 당장 우리 반 아이들과 이 놀이를 하고 싶어졌다. 글 속에 놀이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으니까 내 설명은 따로 필요 없겠다. 더 재미있게 노는 방법이나 주의해야 할 것까지 나와 있으니 참 친절한 설명글이다. 1학년 우리 아이반 아이들은 요것보다 더 재미나게 놀 수 있으려나?
    이 글을 읽으면서 든 생각.
    ­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 게 맞다
    ­ 아이들에게 노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다.
    ­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면 놀랍도록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해 낸다.
    ­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무궁무진하다.
    ­ 삶(여기에선 ‘놀이’가 되겠다)이 있어야 글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