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5-04-17 03:44
2014년 1월 연수를 다녀와서(김은주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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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태희
조회 : 4,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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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수 주제 발표는 네 선생님이 하셨지만 발표를 다 듣고 나니 마치 한 분의 삶이 이어진 듯 느껴진다. 초임 교사 시절부터 중견 교사가 된 지금까지 아이들 속에서, 아이 때문에 속상하고, 아이 때문에 즐겁고, 아이 때문에 선생 하는 보람을 찾는 모습이 연속극처럼 이어져 보인다.
김미희 선생은 <일기 쓰기, 싫지 않다>에서 한 해 동안 마음 한가운데 두고 지켜본 예찬이를 소개해 주었다. 선생한 지 이제 두 번째 학교라는 김미희 선생이 보는 예찬이 모습, 친구들이 쓴 예찬이에 대한 글, 예찬이가 쓴 일기를 보며 우리는 예찬이와 김미희 선생을 이해한다.
선생은 선생대로 힘들어 하고, 아이들은 예찬이 때문에 힘들어 하고, 예찬이는 친구들 때문에 힘들어 한다. 일기 쓰기를 함께하며 예찬이를 이해하고 가르쳐 보려 하지만 ‘열심히 하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18쪽)’고 했다.
그러나 찬찬히 예찬이 일기를 읽어 보면 예찬이는 억울함, 서운함, 서러움, 속상함을 열심히 선생한테 말하고 있고, 그걸 선생이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따돌림․원주 학성초등학교 4학년
제훈이가 나만 나가라 그랬다. 다른 애들은 도와주지도 않았다. 내가 제훈이을 나가라 그러면 싫다 그래다 (2013. 10. 21)
우리들은 선생이니까 어떻게든 아이를 지도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 좀 더 나은 태도, 좀 더 나은 글을 얻으려 한다. 그 생각을 버리면 ‘내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18쪽)’는 마음이 사라지게 된다.
내 욕심, 내 생각을 버리면 어떻게 될까? 홍은영 선생이 <1학년과 함께 한 일기 쓰기>에서 이야기했듯 아이들이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한다.
짜장면 / 이혜인․전주 전라초등학교 1학년
언니와 엄마, 그리고 나. 오랜만에 짜장면을 먹어서 더욱 더 맛있었다. 행복한 저녁식사였다. (2013. 9. 6. 비오는 날)
혜인이가 쓴 글만 본다면 우리에게 감동을 주거나 새로운 깨달음을 주거나 자세한 장면이 그려져 있지도 않다. 그러나 홍은영 선생은 혜인이 집안 사정을 잘 아니까 이 글이 달리 보인다. 대학생 언니 둘 있는 늦둥이고, 엄마는 일하느라 바쁘고 늦게 온다. 이런 혜인이가 언니, 엄마, 다 모여 오랜만에 짜장면을 먹었으니 얼마나 행복했겠나. 이 느낌이 오롯이 전해져 선생도 ‘왠지 따뜻하게 느껴졌다(25쪽)’말한다.
선생은 ‘내 삶도, 아이들 삶도 보듬고 살펴 준 적이 없다(25쪽)’고 하지만 아이들 글을 읽고 아이들 삶을 이해하려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에 귀 기울여 열심히 듣다 보면 아이들 삶과 선생 삶은 달라질까? 금원배 선생은 <말이 시가 되고, 일기가 되고, 노래가 되고>에서 ‘아이들을 대하는 내 마음, 태도, 아이들이 나를 대하는 모습, 내 삶, 나(41쪽)’를 살펴보고 있다.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듣다 보면 선생이 한 말과 행동이 보이고 스스로 부끄럽기도 하다. 선생은 미처 보지도, 깨닫지도 못한 것을 아이들 덕분에 다시 살펴보게 되고 깨닫게 된다.
아무리 선생이 이야기를 들어 주고 깨닫고 반성한다 한들, 아이들 집안 사정이나 부모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 아이는 달라지지 않는 것 아닌가? 선생 하면서 내가 좌절을 느낄 때마다 위로 삼는 말이다. 그러나 김경해 선생의 <나와 정석이>를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석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키운다. 김경해 선생은 정석이가 ‘스스로 얼마나 상처가 많은지를 서슴지 않고 보여(60쪽)’ 주는 대로 받아 주고 가슴을 쓸어 준다. 토닥토닥, 엄마처럼. 실컷 화내고 나면, 실컷 아픈 상처 드러내고 나면,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겠지. 묵묵히 기다려 준다. 받아 주고 기다려 주기만 하면 선생이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정석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다 알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안다.
우리 할머니 / 김정석․부산 용호초등학교 1학년
우리 할머니는 감 이런 거 팔아요.
촌에 진주에서 물건 해와서 팔아요.
우리는 촌에서 진짜 좋은 거만 해와서 팔아요.
할머니가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가요.
네 시에 안 가면 여덟 시 안에 파장 되뿌고 아무도 없어요.
나는 할머니 따라다녀요.
다슬기 이런 거는 할아버지가 들고
가벼운 콩 같은 거는 내랑 할머니가 들고 와요. (2013. 12. 7)
아이들 글을 두고 삶을 이야기 하다 보면 삶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글에다 초점을 두기 쉽다. 글쓰기를 시작하면 ‘날씨를 자세히 써라, 있었던 일을 자세히 써라(25쪽)’ 하며 ‘좋은 글이 나와야 할 텐데 하는 욕심(25쪽)’도 낸다.
왜 우리는 아이들에게 일기를 써라 하고 또 그 글을 우리가 읽으려고 할까? 여러 까닭이 있겠지만 우리가 아이들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이 일기라 여겨진다. 아이들을 날마다 만나지만 공부시간 빼고 나면 아이들과 이야기 나눌 시간이 별로 없다. 일기를 읽다보면 그 아이가 어떻게 사는지, 그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지금 현재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서툰 글은 서툰 글대로 그 아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아이들 일기를 읽으며 내가 아이에게 무엇을 좀 더 해줘야 하고 어디에 마음을 쏟아야 하는 지 알 수 있다.
날씨를 자세히 쓰라고 하는 것도 날씨를 자세히 기록하고자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눈, 코, 귀, 입, 생각을 열게 하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날씨를 살피기 위해 둘레를 살펴보는 게 시작이겠지. 하늘을 올려다보고, 햇살을 느끼다 보면 햇살을 받고 자라는 시멘트 틈 민들레도 보이고, 그동안 보지 못한 세상이 보이고. 닫고 있던 눈, 코, 귀, 입이 열리도록 하는 것, 이게 우리가 할 일이겠다.
이번 연수 주제 발표를 하신 네 선생님 모두 아이들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셨다. 일기로, 이야기로, 시로, 몸으로, 때로는 울음으로, 아이들은 서툴지만 자기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선생에게 털어놓고 있다. 자기가 잘못해도 다 받아주는 선생이 있어 학교에 온다. 말하는 순간 자기도 안다.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말하는 순간, 일기에 쓰는 순간, 그 일기를 읽어주고 선생님이 댓글을 달아주는 순간, 맺힌 마음이 풀어지고 마음과 마음이 이어져 나의 삶도 남의 삶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자란다.
다시 한 번 이오덕 선생님 말씀을 떠올려본다.
‘글을 쓰면 맺힌 마음이 풀어집니다. 글을 쓰면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외로운 마음, 억눌린 마음, 바르고 깨끗한 마음을 지켜갈 수가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가꾸는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귀하고 즐거운 공부입니다.’ (이오덕, 신나는 글쓰기, 삽사리문고) (2014.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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