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5-04-17 03:44
2014년 1월 연수를 다녀와서(김현경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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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태희
조회 : 3,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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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설레는 마음으로 부산대학교 앞 ‘시간마당’에 갔던 것이 2013년 3월인데, 벌써 2014년을 맞이했다. 내가 글쓰기회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우리 반 일용이≫를 읽고 나서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었는데, 버스에서고 집에서고 책을 읽는 내내 울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선생님들이 보였다. 책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게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고, 무작정 글쓰기회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침없이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처음 모임에 참여한 날, 깜짝 놀랐다. ≪우리 반 일용이≫를 읽을 때의 글이 내 귀에 그대로 들렸다. 책이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마냥 신기했는데, 이번 연수를 다녀와서 의문이 풀렸다. 글쓰기 선생님들은 삶과 말, 그리고 글이 하나였기 때문에 삶이 말이 되어 나오고 그 말이 다시 글이 되고 그 글이 다시 삶과 연결되어 있었다. 역시 이곳에 오길 잘했다.
라디오작가라는 직업을 가졌던 내게는 글쓰기회에서 글을 쓰는 것이 힘겨웠다. 글을 쓰면서 한 번도 부담을 느껴본 적 없었는데 교실 일기를 쓸 때면 노트북 앞에서 멍하니 있을 때가 많다. 다 쓰고 나서 읽으면 너무 부끄럽다. 교실에서 있었던 일을 그대로 쓰면 되는 것인데 자꾸만 관념적인 단어들이 생각나고 멋을 부리는 글들이 손으로 이어진다.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의 글은 솔직하고 군더더기가 없으면서도 내 마음에 착착 감기는데 어찌 내 글은 그렇지 못하다. 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쳐지겠냐, 첫술에 배부르겠냐고 스스로 위로하지만 다른 선생님의 글을 보면 또다시 부끄러워진다. 그래서 금요일 글쓰기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그래, 열심히 공부하자! 교실 일기 자주 쓰자!’고 다짐하지만 수업 준비하고 학교 일하며 지내다 보면 일주일은 또 금방이고, 나는 지난주와 똑같은 모습으로 다시 공부하러 갔다.
내가 글쓰기회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 죄송스럽긴 하지만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회보를 공부하는 시간이 좋았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을 보내고 겨울방학이 되었다. 다행히 시간이 맞아 연수에 참여하게 됐다. ‘연수에 가면 무엇을 하게 될까?’ ‘진짜 밤 12시까지 일정이 있는 건가?’ 궁금해 하면서 글쓰기 연수는 시작되었다.
첫 날부터 둘째 날 오전까지 주제 발표, 사례발표, 아침을 여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둘째 날 오후는 모둠토론으로 이어졌다. 이틀 동안 여러 선생님들의 말들이 마음에 꽂혔다.
어떤 때는 ‘그래, 나도 잘하고 있구나. 이렇게 열심히 하자.’ 하는 안도감이었고, 어떤 때는 ‘그때 김현경 네가 했던 것들 참 바보같구나.’ 하는 부끄러움이었고, 또 ‘내가 이 선생님들처럼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그동안 내가 무작정 받아들이기만 했구나.’ 하는 거였다. ‘왜’라는 의문은 뒤로 한 채 좋다고 하니까, 좋아 보이니까 일단 해 보자는 마음이었다. 왜 일기를 쓰는지, 왜 일기를 쓸 때 날씨를 자세히 쓰는지, 왜 시를 쓰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고, 방법적인 것만 흉내 내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발도르프교육 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간학에 대한 이해보다는 교수법 위주의 지식을 습득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왜?’라는 질문이 터져 나왔다. ‘왜 이야기를 매일 들려주는 걸까?’, ‘5학년 시기에 고대 그리스를 재현하는 올림피아드를 꼭 해야 하나?’ 나는 이런 고민들을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 두고 곱씹었다.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고민이 내게 안정감을 주었다. 그래서 항상 무엇을 할 때는 ‘왜?’에 집중하자고 다짐했는데, 그것을 또 잊은 것이다.
2014년 학사 일정을 정리하고 수업 내용을 짜고 나니 올 한 해도 빠르게 지나갈 것 같다. 벌써 시간 없다고 조바심 내는 내가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연수에서 느꼈던 것처럼 ‘왜?’는 절대 빼먹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왜 아이들과 시를 읽는지, 왜 아이들에게 일기를 쓰라고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마음에 항상 담아 두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아이들을 바라보고 나를 돌아보면서 1년을 보내야겠다. 1년을 보내고, 또 1년을 보내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나도 우리 글쓰기회 선생님들을 닮아 삶이 말이 되어 나오고 그것이 글이 되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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