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수 후기

  •  
    작성일 : 2015-04-17 03:40
    2013년 8월 연수를 다녀와서(박남희 선생님)
     글쓴이 : 김태희
    조회 : 3,917  
    벌써 글쓰기 연수 네 번째를 다녀왔다. 처음 연수는 거제에서 가슴 벅차게 한 학기를 견딜 수 있는 힘을 얻어왔다. 겨울 연수는 아쉽게 못가고 2012년 여름에 강원도자연학습원에서 두 번째 연수를 받았고 대전에서 부끄러운 사례 발표를 하면서 세 번째 연수에 참여했다. 두 번째 연수부터는 내 마음 속에 욕심이 생겨서인가 뭔가 채워지지 않는 답답함을 마음에 안고 왔다. 철없던 첫 연수와는 다르게 힘도 나긴 했지만 뭔가 찜찜함이 남았던 것이다.
    글쓰기회 식구가 되면서 선생님들이 하는 ‘삶을 가꾸는 글쓰기’에 대한 부러움이 있었나 보다. 그래서 연수에 갈 때마다 ‘도대체 삶을 가꾸는 글쓰기는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하는 거야?’며 기법을 전수받으려고 했다. 그러나 매번 답을 찾지 못하고, 찾지 못했으니 마음이 더 답답해져서 돌아오곤 했던 것이다.
    난 다른 연수들에 참여할 때처럼 글쓰기회 연수에도 참가했나 보다. 비폭력대화가 유행이면 비폭력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기 위해 찾아가고, 책날개 독서연수가 좋다하면 가서 기법을 전수받고 필요한 자료를 다운로드받는 것처럼 ‘삶을 가꾸는 글쓰기’의 기법을 전수받고 잘 정리되어 있는 방법들을 외장형하드에 저장해 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을 가꾸는 글쓰기’의 방법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또한 특별한 방법이 있긴 했다. 아주 쉬워서 ‘설마~ 이게 비법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연수 마지막에 가슴에 와서 깊이 박혀버린 말이 있다.
    ‘소처럼 뚜벅뚜벅 아이들의 삶 속으로’
    이호철 선생님의 사례 발표를 들으며 소처럼 뚜벅뚜벅 아이들의 삶 속으로 끊임없이 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우직함에 아이들은 숨통 틔울 곳을 찾은 듯했다. 박선미 선생님의 글에도 그러했고 글쓰기 지도할 때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주고 아이들 삶으로 더 가까이 간 김제식 선생님 또한 그러했다. “이 아이들은 오늘을 사는 아이들입니다.”라는 말에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다가가기 힘든 종합고등학교 아이들의 삶을 살피고 아파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아이들이 점점 글쓰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는 이호철 선생님의 말씀에 공감했다. 김제식 선생님 학생의 글 ‘엄마의 이기심’과 ‘기막힌 타이밍’에서 현대 신도시의 보편적인 아이들과 부모들의 모습을 보며 충격에 싸였다. ‘1등만 기억하는 이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존중받지 못하며 살고 단 한명인 1등 또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삶을 빼앗기며 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위기이다. ‘나’ 또한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도만 다를 뿐이지 ‘나’ 또한 내 아들에게 나의 학생들에게 교묘하게 경쟁을 강요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주중식 선생님의 말이 떠오른다.
    “농사나 교육이 같습니다. 보살피고 기다리고….”
    어른들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 농사를 지어야 할 때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 오늘 글쓰기 공책을 만들었다. 
    “선생님, 그림 그려도 돼요?”
    “아니, 여긴 글만 쓰자! 그림은 그림 그리는 곳에 그리고!”
    앞에서 보니 글만 쓰자고 해도 아이들은 글은 짧게 쓰고, 그림으로 채우고 있다. 이것이 아이들의 삶이라면 지켜줘야 하겠지.

    2학기 농사는 잘 지을지 기대해 주세요. 아! 그리고 겨울에는 따뜻한 레몬차로 만나 뵐게요. 우리 농산물이 아니라 맘에 걸려 오미자도 조금, 매실도 조금 챙겼더랬는데 레몬차에 담긴 제 정성을 봐 주셔서 고마웠어요.(2013.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