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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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5-04-17 03:39
    2013년 8월 연수를 다녀와서(이우근 선생님)
     글쓴이 :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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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 연수를 다녀왔다. 어느덧 세 번째 연수다. 지난 두 번은 다른 사람 손에 이끌려 갔다면 이번에는 내가 내 발로 갔다. 글도 하나 써서 냈다. 내 뜻으로 연수에 가니 나도 할 말이 있고 말도 귀에 잘 들어온다. 글쓰기 연수에 가는 뜻은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내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데 있다. 너무 욕심 내지 말아야지.
    글쓰기 연수를 들으며 머리에 맴돈 말이 하나 있다.
    ‘내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가?’
    아이들과 지내며 내 마음은 어디에 가 있는가. 어떤 공부도 선생 마음이 아이에게 가지 않으면 겉돌겠구나, 한 때 반짝이겠구나 싶다. 내가 아이들과 글쓰기 공부를 하고 문집을 내는 뜻은 무엇일까. 혹시 내 이름 낼라고 아이들을 이용해 묵은 것은 아닌가? 아이들에게 마음이 가지 않고 좋은 글에만 눈이 가지 않았나? 어설프고 못생긴 글을 두고 정성스레 쓰지 않았다고 아이를 너무 닦달하지는 않았나?
    아이가 게으름도 좀 피워야 새로운 생각도 나온다는 이호철 선생님. 글쓰기는 사람을 점수 매기지 않고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이무완 선생님. 누리집에 있는 일기 글을 육십 쪽 넘게 뽑아 읽은 박정용 선생님. 아이가 일기 써도 되냐고 물었을 때 “쓰고 싶나.” 하고 아이를 넉넉하게 기다려주는 박선미 선생님. 그리고 ‘저는 아이들 글을 모아놓은 게 별로 없습니다.’ 하며 글보다 아이 마음을 살피려 애썼던 김제식 선생님.
    글쓰기회 선생님들 마음은 하나같이 아이들에게 가 있다.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는다. 마음이 넉넉하다. 그래서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있고 빛이 난다. 발표를 들으면 마치 절에서 도를 오래 닦은 고승들이 펴는 법문 같다. 듣다 보면 내가 스스로 깨우친다. 선생님이 교실에서 한 걸음 물러나 앉으니 그 자리를 아이들이 메운다. 선생님이 너그럽게 보아주니 아이들은 자기 말을 한다. 시가 되고 글이 된다. 그럴듯한 문집을 내고 싶어 이 글 저 글 다 모아 늘 두껍게 펴냈던 내 문집. 내 엄포에 마지못해 억지로 글을 쓰며 힘들어했던 내 반 아이들이 떠오른다. 오히려 김제식 선생님처럼 기록을 남겨두지 않더라도 아이 글을 놓고 이야기 나누거나 댓글을 정성껏 달아줄걸. 두꺼운 내 문집처럼 내 욕심이 많았구나. 문집 엮는 데만 마음이 가 문집을 내는 뜻을 마음에 새기지 못했구나. 아이들 글이란 민주스러운 교실 속에서 저절로 피는 이름 모를 풀이나 꽃이 아닐까. 그것을 알아주고 기억해주는 일이 글쓰기 선생님들이 문집을 엮는 뜻이 아닐까.
    모둠 토론 때 내 글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글을 쓰기를 잘했다 싶다. 내 글을 남 앞에 보였으니 학교로 돌아가면 나도 기윤이를 닦달하는 일이 좀 줄어들지 않겠나. 교실 일기는 내가 나한테 화살표를 보내는 조금은 따끔한 공부다. 교실 일기를 쓰며 내 탓도 좀 하고나면 문제라 여겼던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 공부거리가 된다. 내가 좀 너그러워진다. ‘언제나 내가 옳다.’는 생각을 조금은 내려놓자. 이런 건 내 스스로 잘 안되니까 글로라도 써서 남에게 내 보이면 나도 실천하는 힘이 생기겠지. 내가 글을 쓰지 않으면 속으로 다른 마음이 일거나 모른 척 지나가버릴 수도 있을 테니.
    겨울에도 글쓰기 연수에 오고 싶다. 맑은 거울에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추고 싶다. (8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