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5-04-17 03:34
2012년 1월 연수를 다녀와서(금원배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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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태희
조회 : 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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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글쓰기 연수에 다녀왔다. 연수는 배우러 가는 거다. 난 이번 글쓰기 연수에서 어떤 걸 배웠을까? 배움은 어디에나 있지만 같은 연수를 들어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건 다르다. 배우려면 먼저 마음을 열어야겠지. 그래야 들어오니까. 그 다음은?
마음 그물이 촘촘하지 못하면 얻는 게 적다. 내 마음 그물에 걸린 건 뭘까? 쉬는 시간에 한 분이 “와, 이번에 참 좋은 거 배우네.” 하면서 무얼 배웠는지 분명하게 이야기해 준다. 난 그저 감탄하고 마는데. 내 엉성한 마음 그물에 걸린 걸 하나라도 추려 보자.
감동
김숙미 선생님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려운 이론이나 딱딱한 분석은 없다. 술술 풀어낸다.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성스럽게 아이들 글을 읽는다는 게 무엇인지를 느낀다. 혼자 책으로 읽을 때는 몰랐던 아이들의 모습을, 애들이 쓴 한 줄 글에도 크게 칭찬하며 아이들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모습을,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려본다. 그 선생님이 나라면? 감동 뒤에 따라오는 건 반성인가? 나는 왜 그러지 못했는가 하는 반성.
“애가 글을 써 오면 그 애가 마음에 들어와요.”
나는 왜 그게 잘 안 되었을까? 애들이 쓴 글을 다른 좋은 글들과 견주어서 그런 건 아닐까? 그 글을 쓴 아이를 보려고 애써야 하는데. 정성들여 읽는다는 건 아이의 선한 마음, 작은 마음을 찾아내며 읽는 것이라는데. 정성들여 읽지 않아 그렇겠지.
글에 얽힌 아이들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선생님이 아이가 된다. “아이들 글, 짧은 글이라도 귀하게 여기고 진정으로 놀라워하면 아이들은 저절로 쓰고 싶어 하지요.” 선생님이 말하는데 그 모습이 그대로 나온다.
학교에서 아이들 잘못을 탓하고 문제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또 듣는다. 할 때는 모르는데 지나고 나면 허전하다. 주워담을 수도 없고. 그 빈 곳에 새 살이 돋는 것 같다. 감동이 없으면 연수 맛이 없지. 다른 이들도 나 같은 기분을 맛보았을까? 시간이 지나 그 맛을 글로 나타내려니 어렵다.
‘야, 저렇게 아이들과 살아가는구나. 저렇게 열심히 살아가는구나.’ 자료집만 봐서는 전해지지 않는 감동이 있다. 가서 이야기를 들어봐야 안다. 발표할 때 말하는 사람의 눈을 보고, 작은 몸짓을 보고, 떨림을 보고……. 감동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그 힘을 바탕으로 내 실천 의지를 다진다.
실천
감동 하나만으로도 좋다. 학교에 돌아가서 아이들과 만날 힘을 보태어 주니까. 그래도 실천할 수 있는 목표 하나 두면 어떨까?
그 목표는 나와 하는 약속인 거지. 그 약속은 아무도 몰라. 안다 해도 안 지켰다고 딴죽 걸 사람은 없어. 하지만, 내가 느낀 감동이 술 취한 사람들의 허풍이 아니라면 그 약속을 꼭 지켜야지. 너무 거창하게 떠올리지는 말자. 자랑삼으려고 하지 말자. 나와의 약속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아이들 글평을 써 보자. 평이라기보다 아이 이야기를 써 보는 거지. 내 마음을 모아서 짧게라도. 그 애가 내 마음에 들어오도록.’
감동이 크면 내가 품는 뜻도 부풀려지기 마련이다. 힘 좀 빼자. 괜히 아이들에게 큰 무언가를 해 주려고 하다 혼자 삐쳐서 화내고, 그러고 또 후회하고. 그러니 가볍게 가자. 글을 쓴 아이를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갖는 거야. 그것만으로도 좋잖아. 한 줄을 쓰더라도 진정으로 쓰고, 만약 떠오르지 않는다면 내가 그 아이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탓이지.
이거 딱 하나 붙잡고 한 해 보내는 거야. 사실 그 전에도 이걸 한 번 해 봐야지 했는데 안 했어. 학교 들어가면 바쁘잖아. 바쁘다 보면 쉽게 놓치지. 이것저것 좋다는 거 다 하려고 하기보다 중심에 둘 것을 붙잡고 가면 될 일인데. 물론 이것도 만만치는 않지만.
지금 마음 같아서는 훅 해낼 것 같다. 그러나 어디 쉬운가? 작은 일은 하찮게 여겨 놓치고, 큰일은 힘에 겨워 관두고. 어떻게 끝까지 잘할까? 정성을 들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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