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5-04-17 03:33
2012년 1월 연수를 다녀와서(강지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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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태희
조회 : 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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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이틀째 날 아침입니다. 밥을 먹으려고 식당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박선미 선생님이 연수 후기 원고를 써 달라고 합니다. 연수 후기는 연수에 함께 했던 회원들,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 모두 눈여겨 읽을 꼭지라 연수회에서 있었던 일들을 생생하게 잘 써야 하는데……. 글을 쓸 자신이 없는 저는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박선미 선생님은 벌써부터 회보글 꼭지마다 회원들 이름을 적어 놓은 종이를 들고 한 분 한 분 만나서 정중히 부탁을 하는 모양입니다. 선생님이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간절해 보이기도 하고 회보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애를 쓰는 모습에 저는 그만 ‘해 보겠습니다’ 하고 말았습니다.
연수회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일이지만 아마 다른 분들께서 말씀하신 내용을 제가 옮기는 정도일 것입니다. 출처를 밝히지 못할 수도 있을 테니 혹시나 글 속에서 ‘내 말을, 내 글을 표절하고 있구나’ 생각 되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연수회 자료집 안쪽에 날짜와 연수 내용과 시간이 적힌 표를 다시 봅니다. 이번 연수회 주제는 다 아시죠. ‘교실 이야기(2)-아이들과 함께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연수 내용은 언뜻 보면 사례 발표를 중심으로 모둠토론과 발표가 중심 내용으로 간단해 보입니다. 그런데 연수에서 있었던 일들을 다시 떠올리려고 하고 있는 지금, 이 간단해 보이는 사례 발표로 2박 3일 동안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끝없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고 풍성했는지, 갑자기 가슴이 벅차오르고 놀랍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김숙미 선생님은 주간 학습 안내에 일주일 동안 지낸 아이들 소식과 아이가 쓴 글을 글 이야기와 함께 써 보낸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반 아이들이 둘레를 세심하게 살피고 자기 마음을 살펴서 정직하게 쓴 글을 읽고 감동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 글에서 따뜻한 마음과 따뜻한 눈길이 온전히 느껴져 제가 이쁜 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지역 모임에서 함께 공부한 선생님이 소개와 인사 시간에 말씀하십니다. 선생님께 “어떻게 하면 아이들 글쓰기 지도를 잘 하노?” 하고 물으면 선생님은 “그냥 한다” 라고만 한답니다. “그냥 한다”고 겸손하게 말한 답을 오늘 사례 발표를 듣고는 생생히 잘 알게 됐다고 하십니다.
연수에 참가한 우리도 선생님 발표를 들으며, 모둠 토론과 발표를 하며 각자의 답을 찾으려 애씁니다. 아이들이 마음 그물을 촘촘하게 드리우고 소중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게 하기 위해, 선생님이 먼저 둘레를 살피고 아이들 이야기를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어 주어 아이들 감성을 잘 건드려 주는 일이 글쓰기의 시작임을 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정호 선생님은 만 2년을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교실 일기를 썼다고 합니다. 선생님 일기를 학급 누리집에 올려 아이들과 학부모도 읽을 수 있게 공개했답니다. 글쓰기회 선생님들한테서 아이들과 학부모,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배웁니다. 발표할 때 선생님이 스물다섯 살 때 쓴 일기를 읽어 주었는데, 철저한 기록 정신에 놀라고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해야만 성장할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부모님 어릴 적 이야기와 자기 어릴 적 이야기로 아이들이 직접 만든 그림책을 잔잔한 배경음악을 깔아 컴퓨터 화면으로 한 장씩 넘겨 가며 읽어 주었습니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자기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을 가진 아이들이 참 뿌듯했을 것 같습니다. 별을 좋아해서 별을 찍은 사진도 보여 주었습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그림처럼 별이 지나간 자리가 밤하늘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멋진 사진들이었습니다. 덕분에 제 눈도 호강을 했답니다.
주순영 선생님은 학부모 모둠일기를 실천한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두 달 동안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쓴 일기와 선생님이 글마다 정성껏 답장한 글을 읽어 주었습니다. 부모님들이 처음에는 멋쩍어 하시다가 나중에는 일 때문에 주말에만 오던 아버님이 모둠일기를 쓰려고 일기 쓰는 날에 맞춰 집에 오기도 했답니다. 어머님 아버님이 서로 사랑 고백을 하는 장이 되기도 하고, 집에서는 아이들과의 관계도 좋아졌다는 이야기에 모두 흐뭇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놀라운 결과에 선생님들은 상담도 되고 소통도 되는 이것이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도 되겠다 하며 신나게 도전해 보고 싶어 하십니다.
선생님은 모둠 일기를 학기 초부터 시작한 것은 아니고 분위기를 충분히 느낀 후 부모님들께 많이 다가간 뒤 6월 20일에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혹시 쓸 수 없는 형편의 가정이 하나라도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고 합니다. 교사가 반 발짝 앞서서 무엇을 고민하고 깊이 생각해 봐야 하는지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선돌이 아버님 일기글에 나오는 “쫄”은 연수 내내 선생님들 사이에서 술의 또 다른 이름으로 통하게 되었습니다.
이채린 선생님은 삼학년 아이들 여섯과 산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아이들 하나하나 정말로 소중히 여기며 대하는 모습을 보며 교사가 가져야 할 자질이 많은 지식이나 기술보다 이렇게 사람을 귀히 여기고 대하는 마음이 먼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이들보다 더 동화책과 그림책을 좋아하는 것 같은 이채린 선생님을 보면서 새삼 어린이 문학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도 생겼습니다. 정말로 선생님 교실 일기가 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이야기도 나왔답니다.
윤일호 선생님은 지난 일 년 동안 폐교가 될 뻔한 작은 학교를 살리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혁신학교의 시작이라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을 많이 겪는다고 했습니다. 슬기롭게 헤쳐 나가며 큰 뜻 속에서 해 나가는 일들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 학교 혁신이 이루어지고, 진정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곳이 학교이기를 희망해 봅니다. 윤일호 선생님, 선생님들이 건강도 잘 챙기라는 말도 해 주셨어요.
저는 서정오 선생님과 같은 모둠이 되어 선생님이 해 주시는 옛날이야기 한 자락을 들을 수 있는 행운도 있었어요. 우리 아이들처럼 “또 해 주세요.” 하고 싶었어요.
대동놀이 때 주중연 선생님 사회로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합니까’ ‘가위바위보 축구’ ‘불멸의 신’ 여러 가지 놀이를 했어요. 아이들만 놀이를 시키던 사람이 직접 내가 놀이를 하니 어찌나 신나고 재미가 있던지요. 다른 선생님들도 신나 보였어요. 서로 몸이 부딪히고 술래가 되어도 서로에게 모두 웃는 하회탈 얼굴이었어요. 놀이를 하고 나니 서먹했던 선생님들과 정말 친해진 기분이 들었어요. 긴장이 좀 풀리고 마음이 편해지더라구요.
그리고 저한테는 연수에서 얻은 덤이 또 하나 있답니다. 글쓰기회 새내기 선생님이 오시면 소개와 인사 시간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 가운데 하나가 책으로만 뵌 분들을 여기서 보니 정말 신기하고 연예인을 보는 듯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식당에서 밥 먹을 때 그 분들 근처 자리에 앉게 된 거예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밥을 드시는데 이야기가 다 들렸던 것은 아니고 엿들으려고 했던 것도 아닌데 이야기 가운에 이 말이 제 귀에 들리는 거예요.
“똑같은 말을 해도 그 사람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밥을 먹다가 깨달았어요.
‘아, 삶과 말과 글이 일치되게 사는 모습을 추구하는구나. 이런 훌륭한 정신과 좋은 기운 속에서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 선생님들이 연수에 오는구나, 내가 여기에 있구나.’
학교 폭력으로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아이들이 죽어 가고 있고 숨이 막힌다고 아우성치는 몸부림에 마음이 아픕니다. 글쓰기회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십니다. 글쓰기가 산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작은 꼬챙이가 되어 아이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고, 아픔을 알아주어 아이들 숨통을 트이게 하고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상처받은 아이들이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일에 노력해서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총평 때 주중식 선생님께서 불러 주신 노래를 적습니다. 이 노래가 마음에 들어 배우고 싶어서요.
들꽃, 너를 닮고 싶구나
논둑길 산등성이
외롭게 살면서도
키 크고 화려한 꽃
부러워하지 않는
들꽃
너를 닮고 싶구나
비바람 몰아쳐
괴롭고 힘들어도
맑은 얼굴 환하게
웃으며 살아가는
들꽃
너를 닮고 싶구나
꽃가루와 꿀은
벌 나비 너 가져라
조그만 향기마저
바람한테 나눠주는
아름다워라 들꽃
나도 너처럼 살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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