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5-04-17 03:31
2011년 8월 연수를 다녀와서(진소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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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태희
조회 : 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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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정교사 연수를 받고 있습니다. 7월 22일부터 시작했어요. 만날 앞에서 아이들 가르치다가 의자에 앉아 강의를 들으려니까 너무 힘이 들어요. 아침 9시부터 늦은 5시까지 잠깐잠깐 쉬고 계속 앉아 공부합니다. 쉬는 시간 10분이 어찌나 기다려지는지 아이들 심정을 알겠더라구요. 3주 정도 받으니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쳤어요. 글쓰기 연수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 고민했습니다. 거제까지 가는 차편도 마땅치 않은데다 너무 멀어서 말이죠. 그렇게 한 2주 고민을 하다가, ‘가야겠다!’ 결심했어요. 지친 마음을 달래줄 거 같았거든요. 글쓰기 연수 다녀오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1정 연수 하루를 빼먹고 글쓰기 연수를 갈 배짱이 없어서 1정 연수 수업이 끝나고 거제에 갔더니, 김경해 선생님 발표 앞부분을 놓치고 말았어요. 연수 자료집을 읽으면서 꼭 듣고 싶은 발표였는데 말이에요. 제가 6학년 담임을 하던 때와 견주며 읽었어요. 저는 김경해 선생님처럼 그렇게 넓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지 못했거든요. 지난해에 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아이가 있었는데, ‘얘는 왜 이렇게 날 힘들게 하나?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왜 달라지지 않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아이와 이야기도 자주 했지만, 늘 겉돌 뿐이었죠. 서로 마음을 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김경해 선생님 반 아이들은 달라요. 선생님을 믿고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아이들이에요. 선생님도 아이들을 믿으셨을 거예요. 전 그게 부족했어요. 아이들을 믿지 못했거든요. 내가 하나하나 돌봐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친해지는 세미 같은 모습이 우리 반에서는 없었어요. 작년 아이들에게 또 한없이 미안하네요.
정인숙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참 즐거웠습니다. 학교에 바닷가도 있고, 산도 있고, 밭도 있고. 그곳에서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으며, 그곳이 천국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저도 늘 꿈꾸는 학교에요. 선생도 아이들도 모두 즐거운 학교. 선생님반 아이들은 날마다 학교에 가고 싶을 것 같아요. ‘오늘은 또 뭐하고 놀까?’ 하는 생각에요. 사실 아이들은 놀면서 배우잖아요. 책상에 붙어만 있다고 공부가 잘 되나요, 뭐.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하고 말할 수 있는 것! 정말로 부럽습니다. 저도 선생님네 학교에서 근무하고 싶어요.
아침을 여는 말씀에는 ‘4대강 사업’에 관한 영상을 보았습니다. 직접 공사 현장을 보지 않아서 어떤 상황인지 잘 몰랐는데, 보고 나니 마음이 더 아프네요. 자기가 뛰놀았던 강이 점점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하는 아이 모습에 참 미안하더라구요. 그곳에 살던 물고기와 벌레 같은 생물은 또 얼마나 힘들까요? 자기 집을 빼앗겼으니 말이에요. 삶을 망가뜨리는 사람들 욕심이 참 무섭습니다. 정말로 이 지구에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지구가 될까요?
윤태규 선생님이 스승의 날 기념 전국노래자랑에 나오셨다는데 그걸 보지 못했어요. 지금은 50대가 된 제자들과 함께 나오셨대요. 선생님과 띠동갑이라고 하시는데, 저도 제 첫 제자들과 띠동갑이에요. 가끔 심심하면 학교에 놀러오곤 하는데, 그 아이들도 윤태규 선생님 제자들처럼 저를 계속 찾아오겠지요? 30년도 넘게 인연이 이어진다는 것 참 대단한 일이에요. 선생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들려주셨어요. 선생이 된 것이 어머니께 효도한 일이라고 하십니다. 우리 엄마도 제가 선생이 된 것을 참 자랑스럽게 생각하세요. 우리 엄마는 초등학교까지만 나오셨거든요. 못 배운 것에 한이 많은 분인데, 하나밖에 없는 딸이 선생을 하니 좋으신가 봐요. 그런데 저는 엄마께 교실 이야기를 들려 드린 적이 별로 없어요. 아이들이 힘들게 한다고 투정만 부렸지요. 앞으로는 저도 엄마께 이야기 해 드릴 거예요. 아이들이랑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 들려 드리고 싶어요.
윤태규 선생님이 아이들과 했던 방학 과제도 말해 주셨는데,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이야기였어요. 자기가 방학 때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정해서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에요. 아이도 선생도 모두 하는 방학 과제인데, 한 아이가 ‘자두 서리’를 주제로 했대요. 나중에 자두나무 주인 할아버지한테 들켜서 혼이 났다고 하는데, 그래도 그 아이는 방학 내내 즐거웠을 것 같아요. 윤태규 선생님은 몸무게 줄이는 것이 과제였는데, 그 과제를 성공하니 학교에 가고 싶으셨대요. 내가 정한 과제를 다 해내면 얼마나 자랑하고 싶겠어요? 학교 가는 발걸음이 정말 가볍고 신나죠. 만들기, 그림 그리기, 독후감 쓰기처럼 억지로 몇 개씩 해야 하는 방학 숙제는 다 해내도 그렇게 신나지 않잖아요. 이렇게 선생님이 이야기를 하시는 것도 다 교실일기를 쓴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일기를 쓰는 삶과 일기를 쓰지 않는 삶은 다르다고 하잖아요.
이정석 선생님네 반 지훈이는 안면 장애가 있는 특수아라고 해요.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게 엄격하게 대하라.”고 지난해 담임선생님이 말하셨대요. 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살고 있는 지훈이. “외로운 게 문제에요.” 지훈이 말에 제 마음이 다 짠해졌어요.
지훈이 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함께 살고 있을 텐데, 그 살림을 다 해내느라 참 힘드셨을 것 같아요.
“지훈이 덕에 제가 성장합니다. 20대 때보다 지금이 더 보람차고 애착이 갑니다.”
이렇게 힘내서 말씀하시는 이정석 선생님이 참 멋지게 보입니다.
홍은영 선생님은 아이 집에 직접 가보고 아이를 이해하게 됐다고 하셨어요. ‘부모에게도 버림받는 아이들인데 선생한테도 버림받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말이 와 닿았습니다.
“아이들과 동등한 관계라고 생각은 하는데, 위에 있는 사람처럼 명령하는 게 아닐까? 내가 한 사과가 진짜 사과일까? 나도 별반 다르지 않구나. 다른 교사와 다르다고 말하는 게 나를 내세우려고 하는 건 아닐까?”
평소에 제가 하고 있던 생각과 같았어요. 아이들에게 강자처럼 행동하는 제 모습을 볼 때마다 놀랐거든요.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더 마음을 열고, 아이들 말을 많이 들어 주려 노력해야지요.
3주 정도 공부한 1정 연수보다 2박 3일 글쓰기 연수가 더 마음에 들어옵니다. 1정 연수 강사들도 좋은 이야기, 도움 되는 이야기를 많이 하긴 하지만 알맹이가 빠진 것 같아요.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자.’ ‘아이들 스스로 삶을 가꿀 수 있도록 도와주자.’ 이런 말을 하는 분을 보질 못했어요. 아직도 대부분 사람들에게 아이들은 ‘가르쳐야 할 대상’인 것이지요. 크게 실망하지 않기로 했어요. 나중에 제가 1정 연수 강사가 되어 이런 이야기를 하면 되니까요.
“예전에는 사람이 그리워서 1정 연수도 빼먹고 글쓰기 연수에 왔어요.”
구자행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저도 사람이 그리워 글쓰기 연수에 다녀온 게 아닌가 싶어요. 나 혼자 하던 고민을 편히 나눌 수 있는 글쓰기회가 참 좋아요. 참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이참에 광주에 글쓰기 모임도 만들려구요. 잘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손 놓고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요. 다음에는 꼭 저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연수에 갈게요.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건강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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