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5-04-17 03:30
2011년 8월 연수를 다녀와서(주중식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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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태희
조회 : 3,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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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모둠살이 연수를 하면 언제나 이오덕 선생님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이름 없이, 가난하게’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주제 발표 이야기에 윤태규 선생 어머님이 등장합니다. 혹시 윤태규 선생 어머님 이름을 아시는 분 있습니까? 아무도 없네요. 저는 압니다. 어제 아침에 살짝 물어보았어요. 황분녀라고 합니다. 이름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은 이름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므로, 윤 선생 어머님은 이름 없이 살다가 가신 분입니다. 윤태규 선생 이야기 들으면 어머니는 평생 가난하게 사셨습니다. 바퀴 달린 물건을 쓸 수 없는 비탈진 산골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으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겠습니까? ‘이름 없이, 가난하게’ 살다가, 쉰여덟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 어머니가 선생 아들 교실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맞다. 니 말이 옳다. 3학년이 그런 시근이 든 걸 보면 크게 될 눔이다. 자알 갈채라. 될 성 부른 남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안 그랬나.”
“저런! 그 눔도 크게 될 눔이다. 머슴아가 그래야제. 그래야 대장부가 되는 거다.”
어머니는 아들한테 언제나 기운을 북돋워 주십니다. 그 선생 아들은 어머니한테서 받은 것을 그대로 만나는 아이들에게 되돌려주고 있습니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입니다. 신나는 이야기가 어머니한테서 비롯되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름 없이 가난하게 살아서 꽃피운 아름다운 승리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 선물 잘 받았습니다.
글쓰기 모둠살이 식구들은 ‘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라는 말을 늘 맘속에 새기고서 살아갑니다. 다 같은 사람이고 교사이면서 또 다른 사람으로 교사로 살아가는 까닭입니다. 사람이 다르게 살아가는 것은 맘속에 새겨놓은 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네 분이 사례 발표를 하였습니다. 발표를 하기까지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걱정이 되어서 잠이 안 오더라고 하였습니다. 발표하는 자리에 서니 또 많이 떨린다고 하였지요?
‘바로 이게 좋은 공부요, 도 닦는 것이다.’
사례 발표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는 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 이야기를 이웃에 나누어 줄 수가 있으니까요.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처음 해 보는 사람이나 여러 번 해 보는 사람이나 떨리기는 마찬가지일 텐데, 이게 도 닦는 일 아닌가 싶어요. 이런 발표를 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곧 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요, 우리 글쓰기 모둠살이 식구라면 누구나 다 해 보아야 할 공부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수에서 발표할 분을 지역 모임이 한 분씩 찾아 정하도록 한 것은 참 잘했다 싶어요.
모둠 활동으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언제나 모자라는 것 같습니다. 마칠 시간인데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습니다. 일고 여덟이서 무릎 맞대고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이때 나눈 이야기를 정리하여 발표하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피하지 않고 잘 해냈습니다. 모둠 토론 발표 진행을 맡은 분이 토론 내용을 잘 간추려서 말하라 주문하였습니다. 이게 쉽지 않다고 하면서도 일곱 모둠 모두 발표를 잘 하였지요? 말이 느려도 거기에 진정이 들어있으니 몇 마디만으로도 뜻은 충분히 전해진다는 걸 느꼈고, 이번 연수 주제 발표와 사례 발표에 대하여 깊이 있게 이야기 나누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한 모둠에서는 교실 일기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기는 왜 쓰나? 글은 왜 쓰나? 하는 물음을 던져 놓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고 하였습니다. 일기는 삶을 기록하는 것이다, 일기를 쓰면서 어떤 일에 대하여 반성하게 된다고 하였던가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한 가지 답은 없었습니다. 모두가 답이 되니까 그렇겠지요.
일기는 왜 쓰나? 글은 왜 쓰나? 이 물음에 저도 한마디 답을 하겠습니다. ‘글로 쓰지 않으면 있어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고, 글로 쓰면 없는 것이 있는 것으로 됩니다. 글로 쓰면 쓴 대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일기를 쓰고, 글을 씁니다.’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입만 열면 마구 욕을 해대고, 옆 아이 괴롭히며 날뛰는 것은 ‘저는 외로워요’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요’ ‘저를 좀 보아주세요’ 하고 외치는 다른 표현이라고 하지요?
이런 아이를 품어 주고 다독거려 주기에도 힘이 모자라는데, 일제고사까지 아이와 교사, 학부모를 괴롭힙니다. 언제 좋은 날이 와서 교사들이 온갖 쓸데없는 일에서 벗어나 오로지 아이들한테만 온 정성을 바칠 수 있을지 참으로 답답한 세상입니다.
하지만 그때가 오기를 마냥 기다리고만 있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나 짧습니다. 그러니 어떡하겠습니까?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일꾼을 제대로 뽑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 자리에도 나가고, 제도를 바꾸는 일에도 내 힘닿는 데까지 참여해야겠지요. 그러면서, 내가 사는 집과 일터, 아이 만나는 교실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바꾸어나갈 수밖에 없지요.
몇몇 시도 교육청에서 혁신학교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글쓰기 모둠살이 식구 이부영 선생님이 서울에서 혁신학교 살림을 해나가면서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써 놓은 이야기를 읽어 보았습니다.
혁신학교를 시작하면서 먼저 학교 살림을 해 나가는데 꼭 지켜야 할 원칙 세 가지를 정했다고 하였습니다. 모든 일을 학교 식구들이 함께 의논해서 민주 방식으로 해 나가고, 새로운 것을 만들기 전에 쓸데없는 것부터 버리고, 아이 중심으로 교육이 제 길을 가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교사들은 힘들지만 아이의 삶을 가꾸기 위해 늘 해오던 것 가운데서 없애거나 고치고 새로 한 일이라며 여러 가지를 들어 놓았습니다.
애국조회와 보이기 위한 행사와 대회, 아이들을 쉽게 통제하는 수단이 되어 버린 스티커 제도, 과정보다는 결과에만 매달리게 하는 각종 인증제를 없앴답니다. 그리고 출석번호를 남녀 따로 구분해서 하지 않고 남녀를 통틀어서 가나다 차례로 매기고, 봄가을에도 쉬는 기간을 두어 4학기제를 운영하며, 통지표도 학기마다 네 번 통지하고, 동아리 활동을 여러 번에 걸쳐서 아이들한테 물어서 짜고, ‘아침자습’ 시간을 아이들 시간으로 내 주고, 노는 시간을 30분으로 고쳤다고 합니다. 거기에다, 5학년의 1박2일 교실 야영, 6학년 1박 2일 캠프, 6학년 대학로 연극 관람, 야구 야간 경기 관람, 하루 날짜를 정해서 모든 아이들이 같은 문제로 평가하는 일제고사보다 학습 과정에서 평가하는 일 따위를 새로 해 보았다는군요.
교장이 바뀌고 학교가 바뀌면 쉽게 풀릴 일들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꿈같은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길은 찾아보면 있고, 찾아야 합니다. 학교가 바뀌기기를 기다리기보다는 꿈같은 일이 우리 교실에서 이루어지도록 해 보는 것입니다. 이런 혁신학교 살림을 참고하여 우리 교실에서 안 해도 되는 것 치우는 일부터 시작해서 새롭게 해나가면 우리 교실이 아이들 삶을 가꾸는 교실로 바뀝니다. 내가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일이요, 이 일은 내 삶을 가꾸는 길로 나아가게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멀어도 잘 왔다’ ‘식구들이 함께 왔다’ ‘1정 연수 중에 왔다. 이제 돌아가면 지역 글쓰기 모임을 꼭 만들겠다. 먼 훗날, 1정 연수 강사가 되어 교사들에게 글쓰기 교육 이야기를 해 주겠다’
이번 연수 첫날, 지역모임 소개와 자기소개 시간에 나온 말입니다. 약속이나 한 듯이 모든 사람이 인사하고 소개하는 말을 짧지도 길지도 않게 하였지요. 글쓰기 모둠살이 연수에 처음부터 여러 번 참가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보았습니다.
보리출판사 식구들이 이번에도 많이 왔습니다. 어른 참가자의 1/5이나 되었습니다. ‘보리’ 식구들은 교실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면서 책을 만들고, 그렇게 만든 책으로 우리 글쓰기 모둠살이 일에 큰 뒷받침을 해주는 출판사입니다.
통영 남포초등학교에서는 학교 도서실에 ‘보리’에서 나온 책을 많이 사 넣고, 옛이야기 읽어주기 시간까지 교육과정에 넣었다고 합니다. 저도 학급 담임이던 때에 옆 반 선생님한테 권해서 함께 ‘보리’에서 낸 책을 단체로 주문하여 학부모님과 아이들이 읽도록 도운 일이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학교 도서실이나 학급 문고로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될 책을 사 넣을 수 있습니다. 깨끗한 우리 말로 만든 책을 우리 아이들과 교사들이 만날 수 있게 하는 일도 우리 글쓰기 모둠살이 식구들이 해나가야 할 일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여름 연수를 한 수련원 시설이 여러 모로 불편하였지요? 하지만 이것도 다른 데가 새로 생겨서 미끈하고 편리하니까 더 좋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서 그렇지, 이만해도 괜찮지 싶어요. 몸이 몹시 아플 때면 평생을 불편한 몸으로 살아가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를 생각한다는 분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런 대로 잠 잘 자고, 밥 지어 주신 분이 있어서 잘 지냈습니다.
새 사무총장 구자행 선생님과 심부름꾼 선생님들, 간사님, 거제 지역 글쓰기 모임 식구들이 이번 연수 준비와 진행을 맡아 애쓰셨습니다. 그리고 앞에 나가서 발표하신 분과 잘 들으러 먼 길 마다않고 연수회에 참가하신 우리 글쓰기 모둠살이 식구 여러분, 참 고맙습니다.
이번 연수회에서 서로 주고받으며 나눈 말과 글에서 얻은 기운으로 2학기를 새롭게 살아가시면서, 늘 복되고 즐거우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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