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5-04-17 03:26
2011년 1월 연수를 다녀와서(권순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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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태희
조회 : 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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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연수 다녀온 것을 글로 쓰려 책상 앞에 앉으니 생각은 뒤죽박죽, 무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박선미 선생님한테 못 쓴다고 할 걸.’ 새로 편집부 일 맡아 하는데 큰 도움은 못돼도 작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거란 생각에 알았다고 했는데 막상 쓰려니 글 쓰는 두려움이 생깁니다. 글 쓰는 두려움이 커진 것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내 글이 글쓰기 선생님들이 쓴 글과 뭔가 다르다는 걸 막연하게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인 듯합니다.
지난해부터 계절대학원을 다니다 보니 방학에 오는 회보는 개학해야 제 손에 옵니다. 이번 연수 자료집도 상주 환경농업학교에 가서 받았습니다. 회보를 미리 읽지 못한 채 연수에 가니 사흘 내내 겉도는 느낌이었습니다. 또 잠은 왜 그리 쏟아지는지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발표하신 강의 내용을 마음으로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회보에서 어떤 선생님의 글을 읽다 내 글이 왜 글쓰기 선생님의 글과 다른지를 느꼈습니다. 내 글에는 치열함도 생명력도 없었습니다. 다만 나를 드러내는 글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글 중심에 아이들이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있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하니 아이들이 이랬고, 즐거워했다.’ 뭐 이런 내용의 글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글은 무게감 없고 가볍게 느껴지죠.
나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네요. 그리고 나를 내려놓기도 힘드네요. 그러니 겉도는 얘기, 죽은 글이 나오는 게죠. ‘뭐 그리 어렵고 힘드냐, 내려놓아라.’ 말해 보지만 내 안의 나는, 나를 붙들고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가 정말 답답하네요. ‘왜 그럴까?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다 떠오른 것인데, 내 안의 텅 빔, 아무것도 없음을 누군가가 알고 비웃을까 두려워 아닌 척, 그런 척, 아는 척하며 포장했던 것 같습니다. 포장은 누구나 보면 아는데, 닭이 머리만 숨기고 잘 숨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이 제가 닭이었습니다. 임성무 선생님이 아침을 여는 말씀에서 척하지 말고 살라 했는데. 텅 빔을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데 그걸 못 하고 여지껏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내게 글쓰기는 어려움과 고통입니다. 어쩌면 위에 적은 마음 때문에 글쓰기의 즐거움을 몰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쓸 때 불편하고 두려운 생각만 하다 보니 즐거움을 느낄 겨를이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삶 속에서 글 쓰는 즐거움을 진정 느끼고 싶네요. 사무총장으로 뽑힌 구자행 선생님은 올해부터 글쓰기 선생님은 날마다 ‘교실 일기’를 쓰자고 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 선생님들은 “네”라 말했고요. 나도 작게 대답을 했지만 자신이 없어집니다. 아이들에겐 일기 쓰기를 강요하면서 내가 ‘교실 일기’ 쓰기를 두려워하니, 말과 행동이 맞지 않는 거죠. 글을 말보다 몸으로 익히고 싶습니다. 몸으로 익힌 글에 사람 냄새나고, 자연스레 내가 드러나지 않을까요?
주중식 선생님이 “두려워 마라. 별것 아니다.” 총평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에 힘을 얻어 ‘글 쓰는 것 두려워 마라. 그거 별거 아니다.’ 하는 마음으로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하고 싶습니다.(2011.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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