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등지도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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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4-05-26 14:10
    고등학생 글쓰기 지도 4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5,058  
    겪은 일을 바탕으로 주장하는 글 쓰기

    이상석


    고등학생들은 '글쓰기' 하면 '논술'만 생각한다. 그리고 이 '논술' 앞에 늘 막막해하기만 한다. 신문 사설을 베껴 써 보거나 갖가지 논술 지도서를 들고 끙끙거려 보아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 논술의 가장 밑바탕에는 '자기 생각(의견·주장)'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갖고 있지 못하니 막연해 할밖에 없다. 기껏 남의 주장이나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짜 맞추어 써 보기는 하지만 이런 글쓰기가 재미있을 리도 없다. 이러면서도 시험을 앞 둔 아이들이니 논술에서 도망을 칠 수도 없다. 어찌하나.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대뜸 '논술 지도'부터 시작하면 아이들은 글쓰기에 진저리를 내게 될 것이다. 나는 '논술 글쓰기' 지도에 앞서 아래와 같은 글쓰기부터 하게 했다.
    ① 요즈음 겪은 일 가운데 잊히지 않는 일을 골라 자세히 쓰기
    ② 가슴 속에 숨겨둔 부끄러운 일, 죄스러운 일 고백하기
    ③ 요즈음 가장 억울하게 생각하는 일이나 가슴 아픈 일은 무엇인지. 그것에 대해 남이 들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쓰기
    ④ 자기가 가장 자신 있게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 일에 대해 설명하기
    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시, 영화, 비디오, 만화, 노래 어떤 것이든)을 들어, 그것을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수 있도록 내용을 소개하고 권하는 글 쓰기
    이와 같은 글쓰기에 보태서 공사판에 가서 막일을 해 보고 글쓰기, 시장통 난전에서 장사하며 살아가는 사람과 이야기해 보고 글쓰기와 같이 실제 자기가 일에 부대껴 보고 글을 쓰도록 하면 더욱 좋겠지만 도시에 사는 입시생 형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논술 글쓰기'는 ① 겪은 일을 바탕으로 주장하는 글쓰기, ② 우리 사회 현실을 보고 그 가운데 가장 큰 문제를 골라 이것을 비판하고 주장하는 글쓰기를 했다.
    이 다음으로 할 일은 자료를 제시하고 이를 분석 비판하는 글쓰기, 인생관·가치관·자연관에 대한 글쓰기 같은 것들이 있겠는데 이것은 3학년에 가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 현실 문제에 대한 글을 쓸 때는
    ① 사설이나 해설 기사는 되도록 보지 말고, 사건 자체를 객관으로 다룬 기사만 자료로 할 것. (섣불리 사설을 읽다 보면 자기 주장을 갖지 못하고 그 사설의 주장을 따라가기 쉽기 때문이다.)
    ② 자기의 삶과 견주어 모든 것을 생각할 것.
    ③ 이미 다 알고 있는 사건을 다시 설명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 사건은 두 세 줄로 요약하고 내용의 대부분은 의견·주장과 이것의 까닭을 쓸 것.
    ④ 무슨 무슨 이야기를 어떤 순서로 풀어갈지 얼거리를 먼저 짜 두고 쓸 것
    ⑤ 이야기를 풀어갈 때는
      ㉠ 그 문제가 일어나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를 자기 생각으로 밝힐 것.
      ㉡ 그 문제를 보는 자기의 의견을 밝힐 것.
      ㉢ 그런 문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밝힐 것.
    따위에 주의하도록 했다.

    글을 다 쓰고 난 다음은 네 명씩 짝을 지어 토론을 하여 글을 고쳐보도록 했다. 글을 고칠 때는
    ① 말하려고 한 내용은 잘 드러났는가. 한 번만 읽어도 주장하는 내용을 훤히 알 수 있도록 썼는가.
    ② 더 중요한 내용(주장, 일화 따위)을 빠뜨리지는 않았나.
    ③ 같은 내용을 말만 바꾸어 거듭 얘기하지는 않았나.
    ④ 이야기는 반드시 몇 개의 단락으로 이루어지는데, 단락은 바르게 나누었는가.
    ⑤ 우리 말이 있는데도 한자말이나 어려운 말을 쓰지는 않았나. 
       (그 소식을 접하고 듣고, 보고 / 그 문제로 인하여 그 문제 때문에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데도 / …에 다름 아니다 …와 같다)
    ⑥ 자기 말버릇 가운데 고칠 것은 없나. 
    (~것이다 / 나는 잘 모르지만 ~ / 솔직히 말해서 ~ / ~인 것 같다 / ~ 아닐까 한다 / 쓸 데 없는 접속어 / 를 자주 쓰는 버릇 따위)
    ⑦ 맞춤법, 원고지 쓰는 법에 맞는가.
    와 같은 것을 잣대로 삼는다.

    이 다음에는 내용 문제를 가지고 토론한다. 이때는 ① 주장하는 내용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인가 ② 주장하는 내용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인가를 살피고, ③ 자기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깨달음을 주는 것들은 서로 배워서 자기 것으로 하도록 했다.
    다음은 글쓰기 시간에 나온 글이다.

      겪은 일을 바탕으로 주장하는 글쓰기
    글 ①       이유 불문
    2학년 조일환
    학교 생활을 하다 보면 선생님한테 벌을 받는다던가, 매를 맞는 일이 생긴다. 그러나 내가 잘못한 일도 없는데 선생님에게 맞는다면 누구든지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들 것이다.
    지난 13일 친구들과 함께 하교하는 중이었다. 3층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데, 우리 앞에 다른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가고 있었다. 종례가 늦게 끝난 반이어서 이미 쉬는 시간은 끝나고 자율 학습 시간이었다. 우리 앞에 노래 부르던 아이들이 내려가고 우리가 막 내려가려는 순간, ㅇㅇㅇ선생님이 우리를 보며 이리 오라고 하셨다. 선생님 앞에 서는 순간, 다짜고짜 뺨을 치시는 것이었다. 웬 날벼락? 정말 황당했다. 뺨을 한 대씩 때리고 난 뒤 선생님은
    "너희가 노래 불렀지? 아마 네 놈인 것 같다."
    며 내 친구를 한 대 더 때리는 거였다. 아니라고 말씀드렸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저 욕만 먹고 부어오른 뺨을 만지며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 선생님은 우리가 노래 부르는 것을 직접 본 게 아니라, 노래소리를 듣고 나와서 마침 지나가던 우리를 붙잡은 것이다. 한 마디로 저 놈들이겠거니 하는 추측으로 우리를 때린 것이다. 때리는 이유도 때리기 전에 밝히지 않았다. 때리고 나서 이야기를 하셨다. 우리가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고, 조용히 내려가고 있었다고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으셨다. 화만 내고 고함을 치실 뿐이었다. 우리는 억울했지만 우리가 무죄라고 떠들어보았자 더 맞을 것 같아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때리는 선생님이야 잘못 알았구나 하고 생각하면 그만이겠지만 맞는 우리로서는 분하고, 억울하고, 아프다. 때리기 전에 한 마디만 물으면 될 텐데, 어째서 먼저 때리고 보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어떤 놈이든 잡아서 본보기만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걸까? 그렇다면 우리가 재수 없다고 생각하고 묵묵히 때리는 대로 맞아야만 했던 걸까? 물론 선생님도 사람이니까 실수하실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수한 것을 아셨다면 실수한 것을 시인하고,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한 마디쯤 해 주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다고 선생님 체면에 손상이 간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잘못 없음을 밝히는 말은 야단과 고함소리에 묻혀 버리고 선생님은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셨다.
    아마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한두 번쯤 이런 경우를 겪어 보았을 것이다. 때리는 사람이야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겠지만, 맞는 사람의 기분을 헤아린다면 이런 일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지를 바꾸어 놓고 생각해 주신다면 말이다.

      노태우 부정 축재 사건을 듣고 쓴 글
    글 ②       '물태우'라는 가면
    2학년 공웅조
    우리는 썩어 가는 역사의 중간에 서 있다. 그렇게도 맹신하면서 시작한 -- 단지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인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벌써 50살 나이가 됐다. 중국말에 나이 오십이면 하늘의 뜻을 안다고 했는데 젖먹이 수준밖에 되지 못한다. 자유민주주의를 50년이나 한 나라가 뽑은 대통령이 모조리 살인마 아니면 도둑이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몸바친 사람이 몇 명이었던가. 그들의 노력은 헛수고였나. 
    짐작은 했지만 어눌하게만 보여서 [물태우]라고 불렸던 사람이 그런 일을 했다니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어쨌든 전두환과 함께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평소에 보여준 그의 몸짓은 거짓말이었음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노태우는 고도의 대중심리술로 자신을 [물태우]로 보이게 했다. '보통사람'이라는 말과 특유의 손짓, 입가에 항상 흐르는 미소는 잔인한 속마음과 달리 온유하고 자비로운 할아버지를 만들어냈다.
    물로만 보이던 그가 몇 천억이라는 돈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자 '보통사람'들은 당연히 놀랄 수밖에. 대선에서 그를 뽑았던 정신 나간 인간들은 이 일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허무할 뿐이다. 너무나도 많은 일들에 상처받다 보니 역사책을 화려하게 장식할 이 사건도, 노태우 죽인다고 들고일어날 일들인데 열을 내서 욕만 하거나 관심 없는 냉소를 던질 뿐이다.
    사실 노태우에겐 도덕성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욕을 바가지로 들어서 얻은 대통령이라면 대통령이 되어서라도 적어도 욕먹을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글 ③      비자금, 학교에서부터
    2학년 김민영
    6공 정권 대통령이 부정으로 엄청난 돈을 모아서 그것이 요즘 전국의 화제가 되고 있다. 모두들 전 대통령에게 욕을 하고 비난하지만 자신들을 한 번 돌아보는 사람들은 참 적은 것 같다. 특히 학교 선생님들이 그런 소리를 할 때는 아니꼽기도 하다. 내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웬만한 사람들이면 돈 좀 있는 학부형들이 학교 행사마다 찾아와서 선생님께 봉투를 드린다는 것 정도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모든 선생님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선생님들도 그런 식으로 '검은 돈'을 받는다는 것을 부인 못할 것이다. 돈을 갖다주는 부모의 심정도 아마 정부에 '정치헌금'을 바치는 기업인들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이무런 양해도 없이 강제로 보충수업 시키고 표에는 찬성에 동그라미 찍게 만들고 부모님 도장까지 받아오게 시키고 거기다가 자습시간엔 남아서 강제로 앉힌 아이들이 답답해서 조금만 떠들어도 줘 패고, 우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시험 후 또는 잘못이 있을 때마다 폭력이 정당화되고 또 학부형들로부터는 뒷돈을 받는 그런 학교 현실은 5,6공의 야비한 정치 형태와 뭐가 다르단 말인가? 아마 그렇게 공부시키면 공부는 조금 더 하겠지만 나중에 정부 고위 관리들이 부정을 저지를 때,  강제 교육을 착실히 받아 온 우리들이 커서 제대로 맞설 수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나이 많고 높은 사람이 하는 일은 설사 그것이 잘못이라도 얌전히 따르고 묵인해 주는 게 착한 아이라는 교육을 받은 우리들. 제 7,8공화국 때가 되어서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는 절대 보장할 수 없다. 나는 이번 일로 전 대통령의 잘못을 따지기보다는 학교에 깔려 있는 비민주적인 일들을 반성해 보는 계기로 삼고 잘못된 일을 하는 선생님께도, 잘못된 정치를 하는 정부에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아이들을 기를 수 있게 하는 게 앞으로 또 다른 부정축재를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글 ④     그들만 나무랄 수 없다
    2학년 박찬오
    '한국의 수치'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는 비자금 사건을 이렇게 보고 있다. 신문이나 잡지, 뉴스에서 가장 무게 있게 다루고 있는 이 비자금 사건은 어떤 이유에서 생겨나게 되었을까? 그리고 우리, 진짜 '보통사람'들은 잘못한 것은 없을까? 이러한 수치스런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사회에서는 법보다 관례가 우선으로 지켜진다. 학부모가 선생님에게 주는 '돈봉투'부터 대통령의 비자금까지 그 종류는 여러 가지이다. 이승만 씨가 정권을 잡기 위해 친일 세력과 손을 잡은 뒤부터 쿠데타로써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두환, 그리고 노태우 씨가 집권할 때까지 권력이나 돈을 가진 자들은 법에서 예외가 되었다. 열을 받으면 늘었다 줄었다 하는 자로 재려 하는 것처럼 힘있고 돈 있는 사람의 영향력이 발휘되는 법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가려 하니까 이런 사건이 생기는 것이다. 법이 제 구실을 못하니까 쓸데없는 관례가 판을 친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자신이 일반 서민과는 다르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집도 날리고 자신까지 망치는 사람을 가끔 볼 수 있다. 과연 그들이 그의 고장을 위해, 그의 고장 사람들을 위해 그렇게 노력했을까? 단지, 그들은 지위가 높아지고 서민이 가지지 못하는 권력을 가진다는 착각을 쫓아 그렇게 발광으로 노력했을 뿐이다. 정치인들의 이런 착각이 정치인들을 서민과는 다른 행동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들만 나무랄 수 없다. 우리도 반성을 해야 한다. 우리는 요즘 5000억에 대해 집이 몇
    채가 된다, 일반 월급을 몇 년 모아야 된다라고 들 말한다. 물론 그 비자금이 어느 정도 되는가 기준을 세워 알려 주기 위해 그렇게 했지만, 그 이면에는 그 돈에 대한 부러움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들은 그 사건 자체보다는 비자금의 액수에 대해 더 분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한 부러움을 우리 마음에서 완전히 없애지 않는다면 또 다시 이러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선 비자금 사건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을 처벌하면서 땅에 떨어진 법에 대한 권위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일에 충실하는 것이다. 자기 일에 충실한다는 것은 자기 직업에 충실하고, 정치에 관심을 두고 걱정도 하는 것이다. 정치는 정치인들만이 하는 직업의 일종이 아니다. 정치는 우리 모두가 고심하고 걱정하면서 우리의 생활을 설계하는 과제이다.
    우리가 자기 자신의 일에 충실한 생활 태도를 가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다. 

      위 글에 대한 평.
    글 ①
    어른들, 더구나 교사들은 아이들의 이런 글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생각이 부정적'이라느니 '자기들 잘못은 모른다'느니 하는 말로. 그러나 나는 이런 말이야말로 가장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지 싶다. 우리 회원들도 모두 그러리라 믿는다.
    이 아이는 스스로 자기 글을 평하며 하는 말이 "예화 부분이 너무 길다. 전체적으로 높임의 호응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글 ②
    노태우 부정 축재 사건에 대한 신문 자료를 모아 읽고 자기 생각을 써 보라고 했을 때 나온 글이다. 이 글을 쓴 공웅조는 평소에도 글쓰기에 열심이고 생각이 깊은 아이다. 
    이 글은 내가 제시한 여러 조건을 무시하고 자기 생각과 느낌만 한달음에 써 내렸다. 한 10분도 되지 않아 다 써 버리고 또 다른 글을 쓰는 것을 내가 보았다.
    논술문의 구성을 따르지 않아 완성된 글로 보기는 어렵지만 누구나 다 아는 해결책, 그러나 실천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일들을 늘어놓기 지겨워서 딴 말을 덧붙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우리의 삶 속에서 고쳐나가야 할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주었으면 좋겠다.
    글 ③
    비리 문제를 학교 생활과 견주어 살핀 것이 좋았다. 이 글 역시 교사들이 매우 싫어할 글이다. 아무리 좋은 일(어른들 기준이지만)이라도 아이들과 의논 없이 하는 일은 안 좋다. 그러나 학교 현실은 이것을 외면한다. 아이들을 오로지 길들이고 끌고 가야 할 대상으로만 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 글은 미리 얼거리를 짜고 쓴 글이지 싶은데 단락을 거의 나누지 않았다. 이것을 보기 글로 해서 단락 나누기 연습을 시켜 보아도 좋겠다. 또 문장들이 매우 길다. 내용을 명확하게 전하려면 짧은 문장이 훨씬 낫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다.
    고쳐야 할 말로는
    전국의 화제가 → 온 나라에 이야기 거리가
    특히 → 더욱이
    욕을 하고 비난하지만 → 욕들을 하지만
    아무런 양해도 없이 → 아무런 의논도 없이
    글 ④
    우리 반에는 토요일 오후에 논술 토론 모임을 하는 아이들이 열 명 있는데 이 글은 그 모임에서 나온 글이다. 앞에서 내가 제시한 글쓰기 지도에 충실히 따라서 쓴 셈이다. 짜임도 거의 완벽하고 내용도 충실하다. 앞머리에 사건이 일어난 까닭, 우리 삶의 문제, 해결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본문에서 차례대로 풀어나갔다.
    우리 마음 속에 5천 억에 대한 부러움이 있지 않은가 꼬집은 점, 부정한 짓 자체에 분개하기보다 돈의 액수에 분개하는 점을 지적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잘 생각 못하는 귀한 생각이다. 더욱이 정치는 정치인들만이 하는 직업의 일종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모두 여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옳은 말이다.
    그러나 앞의 글 ②, ③보다 가슴을 울리는 힘이 적다. 자기 삶 속에서 우러난 말이 아니라 관념으로 쓴 글이라서 그렇지 않나 싶다.  


    <글쓰기> 199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