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등지도사례

  •  
    작성일 : 2004-05-26 14:00
    고등학생 글쓰기 지도 1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7,493  
    고등학생 글쓰기 지도 1

    글쓰기에 들어가며

         이상석
                                                
      이 지도안은 고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교과 과정으로 주어진 <작문 시간>에 하는 수업 내용이다. 일 년 동안 할 수 있는 시간 수를 주마다 1시간씩 해서 모두 32시간으로 잡았다. 시간 수를 이렇게 줄여 잡은 것은 학교에서 수업을 해 보면 행사나 시험 또 다른 사정들 때문에 수업이 빠지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서 특별한 것이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갈래별 글쓰기를 주축으로 하되 국민학생이나 중학생보다 글감의 폭이나 내용의 깊이를 조금 더하고 논설문 쓰기에 시간을 좀 더 쓰는 정도이다. 사실 학년이 높아갈수록 글쓰기를 더 못한다 싶을 때가 많다. 어릴 때의 맑은 마음을 잃어가기 때문이기도 하고, 관념적이고 상투적인 글쓰기 버릇이 들어서 살아있는 글이 잘 안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등 아이들은 한 교사와 생활을 함께 할 수 있지만 중.고등학생은 수업 시간에만 만나기 때문에 삶 속에서 글쓰기를 지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담임을 맡은 반도 사정은 비슷하다. 생활을 함께 할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집에서고 학교에서고 자기 스스로 몸을 움직여 일하고, 놀고 생각하는 기회를 갖지 못하는 아이들, 자연을 가까이 할 형편조차 안 되는 도시 고등학생을 두고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그 뿐인가. 한 교사가 지도해야 하는 학생 수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세 학급 150명은 된다. 이 아이들 글을 모두 읽어내기도 버거울 지경이다. 이래서 학생 수를 줄이지 않고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글쓰기 지도를 포기할 수는 없다. (편법으로, 자기 담임 맡은 반만 과외로 주 1시간씩 수업을 할 수도 있고, 특활 시간을 이용해서 '생활글쓰기반'을 따로 운용할 수도 있겠다.) 개별지도가 꼭 어려우면 모범이나 기준이 될 만한 글만 뽑아 지도의 본보기를 보이면 된다.
      (이 지도안은 부산 중앙고등학교 2학년 문과 세 학급 150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학생들은 글쓰기를 처음 대할 뿐 아니라 도시 중심에 있는 학교라 자연을 느끼거나 땀 흘려 일해 볼 기회가 거의 없는 형편이다.)

    ▣ 제1차시 : 마음을 여는 인사·시간 계획
    ▶ 마음을 여는 인사 --- 생략
    ▶ 시간 배정
    ·1~3차시 : 마음을 여는 인사, 글쓰기 연간 계획·준비물 소개(1시간), 글쓰기 입문(2시간)
    ·4~7차시 : 서사문 쓰기(4시간)
    ·8~11차시 : 감상문 쓰기(4시간)
    ·12~14차시 : 설명문 쓰기(3시간)
    ·15~17차시 : 논설문 쓰기(3시간)
    ·18~19차시 : 1학기 마무리, 작은 발표회(2시간)
    ·20~21차시 : 논설문 쓰기(2시간)
    ·22~23차시 : 보고문 쓰기(2시간)
    ·24~26차시 : 편지, 일기 쓰기(3시간)
    ·27~29차시 : 시 쓰기(3시간)
    ·30~32차시 : 1학년 마무리, 문집 만들기(3시간)

    ▶ 준비할 것
    ·주교재 : 우리 문장 쓰기(이오덕, 한길사)
    ·부교재 : 살아있는 글쓰기(이호철, 보리)
    ·글쓰기 공책 : 공책에 글을 쓸 때는 공책을 펼쳤을 때 오른쪽 바닥에만 쓰도록 한다. 왼 바닥에는 나중에 글을 고치게 될 때, 또는 그 글에 대한 스스로의 비평이나 느낌, 또 교사나 친구의 감상을 쓸 자리로 비워둔다. 글은 반드시 잉크나 볼펜으로 쓰게 한다. 나중에 평가용으로 낼 때 복사를 해서 내야하므로. 고치는 글은 붉은 색으로 쓴다.
    ·모둠별로 앉는다 : 한 번 정한 모둠은 한 학기 동안 바꾸지 않는다. 모둠별로 작은 문집을 만들어 보기도 해야 하고 토론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둠은 '글쓰기 입문' 수업(1~3차시)이 끝난 3월 말에 정하되 서로 친한 사람끼리 자연스레 스스로 정하도록 한다.
    ·평가 기준과 방법 : 학교와 의논하여 따로 정한다.

    ▣ 제 2차시 : 지금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
    1. 단원 : 글쓰기 입문
    2. 글감 : 지금 내가 가장 관심 갖고 있는 일.
    3. 목적 : ① 글쓰기를 통해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 
            ② '글쓰기는 나를 바로 세우는 일이고, 이것으로 삶을 가꿀 수 있다'는 걸 알게 한다. 
            ③ 그래서 '왜 우리가 글을 쓰는가' 하는 목적을 바로 알게 한다. 
            ④ 글쓰기에 흥미나 자신감을 갖도록 한다.
    4. 들려줄 이야기 : 너희들 여태껏 글을 많이 써 왔지. 그런데 그 글쓰기가 재미나고 보람되더나. 대부분 안 그렇제? 왜 그럴까? 왜 쓰기 싫은지 얘기해 봐라. (아이들 얘기를 칠판 한 쪽에 받아 적어본다.) 택(턱)도 아닌 제목을 받아서, 쓰고 싶지 않은 것을 써라 해서, 숙제로 써 냈던 글 때문에 넌더리가 난다, 사실은 낙서처럼 일기를 써 보곤 했지만 수업 시간에 그런 것을 쓸 수는 없었다, 점수가 안 되니까.......
      좋다. 오늘부터 우리가 할 글쓰기는 이런 게 아니다. 쓰고 싶지 않은 것은 안 써야지. 그러나 써
    야 할 글은 써야 돼. 너희들 목소리로.
      자, 오늘은 여태까지 글을 잘 썼든 못 썼든 뭐 그런 것 다 버리고 처음! 처음! 시작하는 거다. 다행히 너희들 중에 말 못하는 사람도 없고 글 모르는 사람도 없다. 이러면 됐지. 바로 이 수준에서 시작하자. 아, 좋아 맞춤법 좀 틀리는 거야 나도 틀려. 그런 건 나중에 사전 찾아보고 고치면 되는 거고. 
      그런데 뭘 써볼꼬.
      좋아, 지금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장 관심 갖고 있는 일이 뭔지 생각해 봐. 어제도 오늘도 머리 속에 떠나지 않는 관심거리---여자 친구, 헤어진 친구, 중학교 선생님, 모래시계, 컴퓨터, 농구, 015B, 만화, 당구, 볼링, 개 기르기, 꽃 가꾸기, 시험 걱정, 뭐든 좋아. 담배, 술도 좋지. 이것은 학생부하고 상관 없는 일이야. 믿어도 돼. 너희 선배한테 물어봐. 나 그런 놈 아니니까.
      관심 가진 게 없다고? 나이 열 여덟에 아직 관심 갖는 게 없다? 그건 인생이 불쌍한 거 아닌가? 그럼 뭘 바라고 사는 거지? 있을 거야. 숨길려니 없지. 그리고 아마 자꾸 거창한 걸 생각해서 그래. 별것 아니라도 좋아. 아, 정 안되면 무좀 때문에 고생한 일도 돼. 앓았던 병도 괜찮고. 고민 거리도 좋지. 그게 바로 관심이니까. 너희들은 쓸 수 있어.
      작년 2학년들도 처음에 자기 관심거리를 썼는데 참 재밌더라. 온갖 것이 다 나와. 읽으니 속이 시원한 것도 많더라. 그 중에서 한 두 편만 읽어볼까. 잘 들어 봐. 
      
      21207 최찬호
      현재 내 시간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오토바이에 대해 쓰겠다. 내가 처음 오토바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고1 추석 때였다. 시골에 내려가 큰집 큰형님의 오토바이를 타 보게 된 것이 첫 경험이었다. 그전만 하더라도 차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오토바이를 탄 이후로 나의 관심은 바뀌게 되었다. 형님의 오토바이(일명 Love 50)는 성능이 작은 편이었지만 그때의 나로서는 대단한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 차를 타면 시속 80km는 '잘 나간다.' 그리고 시속 100km 정도가 넘어야 '야! 좀 빨리 나간다.'라고 생각을 해 왔다. 나뿐만 아니라 운전자가 아닌 탑승자들도 거의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달랐다. 성능은 약간 뒤떨어졌지만 그래도 속도감은 몸으로 느낄 수 있었기에 그 기분은 다른 그 무엇보다도 짜릿했다. 시속 30km만 넘어가도 엄청난 속도에 악셀레타를 줄이고 했던 그때가 지금도 생각난다. 아버지도 차를 사시기 전엔 여러 종류의 오토바이를 타 보셨기에 내가 오토바이를 타는 것을 반대하기보다는 권장하시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에 대한 관심은 커져만 갔고 지금도 그 마음엔 변함 없다.
      아버지는 내가 면허 따기를 원하셨고 나도 바랬기에 다른 일부 아이들보다도 나는 부모님에게 떳떳하게 면허를 딸 수 있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아버지의 도움이 컸다. 면허도 따기 전에 아버지는 오토바이를 사주셨다. 물론 큰 것은 아니었고 조그만 스쿠터였지만 나는 그것으로 면허 연습을 했고, 또 심부름도 했으며 하여간 다용도로 쓰였다. 그리고 현재는 125cc 급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 학생들이나 백수들처럼 폭주를 뛴다든지 하지는 않는다. 가끔씩 친구들과 길이 뚫린 곳에서 속력을 내기는 하지만 위험하게 타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어른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어른들은 우리들을 나쁘게 본다. 아파트의 경비 아저씨만 해도 내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면 꼭 불량한 일을 하러 가는 것처럼 쳐다본다. 물론 일부 폭주족들 때문에 그런다는 것은 알지만 그 때문에 우리까지 그런 취급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폭주족들 사고를 매스컴을 통해 보고 모든 오토바이 운전자(학생)들이 다 그렇게 험악하게 타고 또 오토바이만 타면 죽는 것처럼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대할 때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타 보지도 못한 사람이 마치 오토바이는 다 똑같다는 식으로.......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오토바이가 위험한 건 사실이지만 자신의 마음가짐과 타기 나름이라고.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오토바이를 타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리게 된다고. 단 위험하게 타지 않는 한도 내에서 말이다.
    2-12 권태준
    1월 1일 새해. TV를 보다 생각한 거다. 
      MBC에서 '신년 특집 사랑의 스튜디오'란 프로그램을 보는데 출연진을 소개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름, 출신대학, 학과, 직장이 소개되었는데 남자 출연진의 대부분이 서울대, 과기대, 연·고대, 서강대 등 최고의 명문대 인기학과 출신이었다. 약간 서운한 기분이 들었다. 그 프로에서 맺어주는 커플은 다가 최고 엘리트들이니 그렇게 되지 못하는 이들은 그 프로그램 근처도 가지 못한단 말인가. 
      결혼은 누구나 한다. 그러나 온 국민의 방송사인 MBC는 그 기회를 엘리트들에게만 독점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요즘은 TV 매체에 잘 오르내리지 않지만 농촌총각 문제는 아직 심각하다. 돈과 기회가 없어 사랑에 실패하는 이 또한 무척 많다. 하지만 방송사에선 기회가 풍부한 이들만을 선별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데 화가 난다. 하긴 이것이 방송사만의 문제만은 아닐 거다. 우리 사회가 엘리트 중심으로만 흐르고 있다. 그러니 우리들도 더 나은 학교, 학과에 가기 위해 하고 싶은 대부분을 포기하고 지내는 게 아닐까! 분명 엘리트들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그들이 사회에 공헌하는 바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계급이 생긴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가 고쳐 보자. 

      글을 쓸 때는 맨처음 말문을 떼기가 참 어려운데,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 얘기부터 탁 쏟아 버려! 나중에 쓰다 보면 '첫머리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기도 하고 아니면 그대로 둬도 돼. 글감을 잡았으면 한 줄 한 줄 다듬으려 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거침없이 써내려가. 글 고치기는 나중에 하면 되니까. 시간은 30분 동안이야. 시이작. 


    <글쓰기> 제1호(199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