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지도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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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7-09-20 13:09
    고통을 같이 느끼는 귀한 마음
     글쓴이 : 정유철
    조회 : 5,146  
    고통을 같이 느끼는 귀한 마음
    합천중 정유철

    아저씨 - 합천중 2년 이동진

    우리 마을에 신체가 좋지 않은 아저씨가 있다. (장애인)
    그 아저씨는 착하신데 왜 그렇게 태어 났는지 모르겠다. 그 아저씨를 볼 때마다 미안하다. 그 아저씨는 걷는 것도 힘들게 걷는데 나는 편하게 사니까. (2007년 9월 18일)

    동진이가 쓴 이 글을 아이들 앞에서 읽어 주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을 보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은 어린이 같은 마음이고 사람다운 마음입니다. 사람은 본래 남이 아프면 같이 아파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을 겉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에 감동이 적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감동은 자기 몸을 실제로 움직이고 땀을 흘렸을 때 생기며 그 바탕에는 상대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이런 글을 자주 쓴다. 아파트 앞에서 군고구마를 파는 아저씨, 박스를 줍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몸이 불편한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보고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식상해 졌다고 해야 할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또 이런 글이네.’ 이렇게 생각하고 글을 덮어버리곤 했다.
    이런 글을 시큰둥하게 생각하는 아이들 반응도 한 몫 한 것 같다. 유치하다고 할까?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참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말만 그럴 듯 하게 하고 속으로는 아직 덜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타니 겐지로 씨가 쓴 “내가 만난 아이들” 끝 부분을 읽다가 ‘참 그렇지!’하는 대목이 있었다. 사람이 가진 상냥함은 생명을 가진 것에 대한 깨달음에서 나온다고 한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생명이 만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시간과 공간을 넘어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몇 주 전에 텔레비전에서 왜가리가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아먹는 모습을 봤다. 미꾸라지도 뭔가를 먹고 왜가리의 밥이 된다. 왜가리도 뭔가의 밥이 되겠지. 서로가 서로에게 밥이 되면서 우주 전체는 돌고 도는 것이다. 거기에 더함도 덜함도 없다.
    내가 먹고 마시고 입고 잠자는 둘레를 봐도 그 끝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 동진이가 몸이 불편한 사람을 보고 미안해하는 것은 바로 이런 연결 때문이 아닐까? 다른 생명을 내 생명처럼 생각하는 것은 사실 우리가 잊고 있는 진실, 그러니까 모든 우주는 한 몸이라는 진실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정말 귀한 생각이 아닌가. ‘또 이런 글이야’ 하고 옆으로 밀쳐버리기엔 너무 소중한 글이 아닌가. 이 글이야말로 글쓰기 신문에 실어 널리 알려야할 글이다.(2007. 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