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6-06-26 01:09
글쓴이 :
이주영
조회 : 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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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의 참교육을 찾아서 9/이주영(서울 송파초) 이오덕은 평생 우리 겨레와 겨레의 어린이들이 참된 삶을 지키고 가꿀 수 있는 ‘참교육’의 길을 걸었다. 그 길을 걸으면서 쓴 책 갈피갈피에 피어있는 참교육에 대한 생각을 찾아보고, 요즘 우리 겨레의 교육이 나갈 길을 짚어본다. 그 아홉 번째로 ‘어린이를 지키는 문학(백산서당, 1984*2005년 아리랑 출판사에서 다시 펴냈음)에서 ’문학 교육‘에 대한 글을 골라보았다.
아이들은 왜 아동문학을 안 읽는가? 아이들이 문학을 멀리하는 까닭은 여러 가지 들 수 있다. 첫째는 무엇보다도 그들은 문학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학요에 가면 시험 공부와 운동경기, 기타 경쟁을 위한 훈련으로 정규 학습 시간 외에도 늦게까지 잡혀 있어야 한다. 집에 돌아가면 숙제를 해야 하고, 무슨 학원, 무슨 교습소에 가야 한다. 골목에 나가 놀 틈도 없이 밤낮 외우고 쓰고 흉내내는 공부에 바쁘다. 농촌 아이들은 일 때문에 더욱 쫓긴다.
둘째, 겨우 시간이 나면 텔레비전을 본다. 아니면 만화책을 보거나 야구놀이를 한다. 아이들 관심과 흥미가 텔레비전과 만화잡지와 운동경기에 가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텔레비전과 만화잡지가 널리 보급된 것이 70년대, 곧 동시집과 동화집이 많이 나오기 시작한 때와 같았으니, 책이 많이 나와도 오락물 쪽으로 아이들은 가 버리고 아동문학은 버려진 것이다.
∼이것은 아이들로 보아서는 너무나 불행한 일이다. 그 옛날 동시집이나 동화집이 아주 없었을 때보다 더 한층 불행하다고 생각된다. 왜 그런가 하면, 책이 없었을 때는 부모나 교사로부터 재미있는 얘기를 귀로 들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귀로는 들을 수 없게 된 데다가 읽지도 않게 되었으니 말이다. (94쪽)
어린이들은 얘기 듣기를 좋아한다. 먼 옛날부터 어린이들은 어머니가 들려주는 얘기 속에서 자라났다. 그런데 요즘은 어린이들에게 얘기를 들려줄 사람이 없다. 어머니고 할머니고 아버지고 TV를 들여다보면서 벙어리가 되었고,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보는 TV를 함께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학생들에게 동화를 들려주거나 읽어 주는 선생님은 거의 없다. 어쩌다 동화대회라는 행사를 벌이는데, 이것은 교사가 아동에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아이들에게 구연을 시키는 것이다.∼진짜 껍데기 교육의 표본 같은 것이다.(56쪽)
교실에서 동화책을 읽어 준다면 어린이들은 모두 벙긋거리며 좋아한다. 그런데 ‘옛날이야기’ 책을 읽어 준다고 해보라. 틀림없이 환호성을 올릴 것이다.(26쪽)
마해송 수필을 보면 어릴 때 저녁마다 누나들이 읽어주는 옛날이야기 책 소리를 들으면서 잠들었다고 한다. 100년 전 잘 사는 집 풍경이다. 그러나 대부분 가난한 집 아이들은 할머니나 어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소리를 들으면서 잠들었다. 이렇게 들려주기나 읽어주기는 문학교육에서 중요한 방법이다. 1920년 대 색동회 회원들이 방정환처럼 어린이들한테 동화 들려주기나 동화책 읽어주는 활동을 어린이운동의 중요한 방법으로 삼았던 까닭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오덕 수필을 보면 어릴 때 교회 주일 학교에서 동화를 들었다고 한다. 키가 조그만 ‘동화선생님’이 강단에 올라가게 되면 아이들이 좋아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면서 ‘동화를 들을 수 있는 주일학교는 얼마나 즐거운 곳이던가!’ 하였다. 초등학교 때는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동화를 들려주셨는데, 그 얘기가 어린 가슴에 파고들어 피 속에 살아있는 것을 느낀다고 하였다. 이처럼 초등학교 때 기억나는 선생님을 꼽으라고 할 때 옛날이야기를 많이 해거나 동화를 읽어주거나 들려준 선생님을 손꼽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곤 한다.
어릴 때 재미있게 읽은 책 한권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게 했다는 이야기는 너무 흔한 것인지도 모른다. 또 스웨덴의 동화작가 린드그랜 여사처럼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선물한 책 한 건 때문에 문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를 갖게 되었다는 사람도 결코 적지 않다. 한 민족의 세계관은 그 민족이 갖고 있는 옛날이야기와 창작동화를 비롯한 어린이문학이 기본바탕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어릴 때 어떤 문학을 어떻게 만나는가는 개인이나 민족이나 국가사회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학교 현장에서 사라진 모습 가운데 하나가 선생님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동시나 동화를 들려주거나 책을 읽어주는 정다운 목소리다. 선생님이 읽어주는 시 한편에 귀를 기울이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러기에 요즘 다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머니, 동화책을 읽어주는 교사들이 생기고 있어 반갑다. 옛날이야기 들려주기나 동화 읽어주기는 참된 문학교육의 시작이고, 어린이들한테 문학의 세계로 들어서는 황금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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