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6-06-26 01:08
글쓴이 :
이주영
조회 : 4,461
|
이오덕의 참교육을 찾아서 8/이주영(서울 송파초) 이오덕은 평생 우리 겨레와 겨레의 어린이들이 참된 삶을 지키고 가꿀 수 있는 ‘참교육’의 길을 걸었다. 그 길을 걸으면서 쓴 책 갈피갈피에 피어있는 참교육에 대한 생각을 찾아보고, 요즘 우리 겨레의 교육이 나갈 길을 짚어본다. 그 여덟 번째로 ‘참교육으로 가는 길’(한길사, 1990)’에서 ‘일하기와 교육’에 대한 글을 골라보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목표가 어디에 있는가? 그 자세하고 구체적인 것이야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만약 모든 사람에게 공통되는 삶의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즐겁게 일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편안하게 놀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일하면서 살아가는 것, 이것이 우리 인간의 희망이다. 나는 다른 것은 모르지만, 이것만은 아주 자신을 가지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엄청난 착각을 한다. 그것은 일을 안 하고 편안하게 편리하게 살아가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말이다. 그래서 일을 하는 것도 장차 일을 안 하기 위해서 그 준비로 어쩔 수 없이 참아가면서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만저만 잘못된 생각이 아니다. 인간의 역사는 물질의 넉넉함과 편리함을 개인 중심으로 추구하는 그릇된 삶의 방식 때문에 멸망의 길을 달리고 있다. 모든 사람은 서로 뺏고 빼앗기고, 미워하고 적이 된다. 인간은 모든 자연을 파괴하여 지구를 생명이 붙어살 수 없는 땅덩이를 만들어놓고 있다. 이것은 일하기를 싫어하고, 일을 자기는 안 하고 남에게만 강요해서, 즐거워야 할 일이 괴로운 것으로 되어버렸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만일 이 땅에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한다면 모든 사람이 일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일을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을 채찍질해서 점수따기 경쟁을 시키는 짓을 곧 그만두고, 일하는 가운데서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 공부가 되도록 하고, 일하는 것이 즐거운 놀이가 되도록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들은 사람다운 느낌과 생각을 가지게 되고, 사람다운 행동을 하면서 자라난다. 인간의 사회와 역사가 살아나도록 하는 길은 이것밖에 없다. 일하는 사람을 높이 보고, 일하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태도를 가르치는 것보다 더 소중한, 나라 살리는 교육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24쪽∼27쪽)
일(노동)이라는 말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고 하지만 꼭 돈을 받기 위해서 하는 행동에만 적용하지는 않는다. 교실에서 청소하는 것도 일이고, 아침에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걷는 것도 일이다. 양로원에 가서 자원봉사 활동으로 빨래하는 것도 일이고, 설거지도 일이다. 일과 놀이를 구별하기가 쉬울 것 같지만 실제로 나눠보려고 하면 아주 어려울 때가 있다. 같은 행위도 어떤 사람한테는 일이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놀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축구선수한테는 축구 경기가 일이지만 조기축구 회원들한테는 축구가 놀이가 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체육 시간에 축구를 하는 것은 공부가 된다. 초등학생들한테 공부는 일이 되니까 축구는 일과 놀이와 공부가 하나가 되는 셈이다. 아이들은 축구를 신나게 하는 모습을 보면 펄펄 살아 숨 쉬는 희망찬 생명체를 느낄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일하기를 싫어한다고 비난하는 어른들이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맡고 있는 교사들 가운데서도 이런 비난을 하는 교사가 있음을 종종 본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가 힘으로 눌러서 공부 노예로 만들지만 않으면 누구도 일하기를 싫어하지 않는다. 또 어른들이 자기 목적이나 이익추구 때문에 아이들 힘에 부칠 정도로 강제로 시키지만 않으면 결코 일하기를 싫어하지 않는다. 부모와 교사가 아이들한테 일을 혐오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일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말을 하지 않으면 일하기를 싫어하게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일하기를 싫어한다면 그건 모두 어른들 책임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공부 노예로 만들고, 일을 천대하는 말을 하고, 일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아이들 스스로 앞에서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교사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아이들이 일하는 모습만 지켜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휴지 줍기 하나를 봐도 그렇다. 이리저리 돌아보면서 먼데 있는 아이까지 큰 소리로 불러서 줍게 시킨다면 그 아이가 즐거운 마음으로 휴지를 줏을 리가 없는 것이다. 학교에서 일하는 기사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들도 일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교사가 먼저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삶을 보여주지 못하면 아이들도 즐겁게 일하는삶을 살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살리고, 우리 겨레를 살려내고, 나아가 인류 평화를 올곧게 가꾸려면 일하기 교육을 바르게 해야 한다. 이다음에 편하게 사는 것을 목적으로 삼도록 가르치지 말고,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이다음에 즐겁게 일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을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하지 않을까? 또 교사와 어린이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놀면서 배우는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교육현장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올해 체육 교과 전담을 맡아 가르치면서 우리 아이들이 신명나게 체육을 하는 모습을 본다. 비가와도 체육을 하겠다고 조르고, 햇볕이 운동장을 뜨겁게 달구어 땀이 뻘뻘 나도 체육을 해야 한다고 우긴다. 아이들이 체육처럼 다른 교과 공부도 신명나게 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생각한다. 정녕 그런 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길은 무엇일까? (2005.1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