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6-08-29 15:30
글쓴이 :
이주영
조회 : 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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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박골 가는 길/실천문학사/2005 차례 눈 온 날 경치 내가 할 일 앓는 소리 앓는 노래 기름쟁이 가게 주인과 그 아들 이야기 다시 봄을 부르며 잠 하얀 눈 덮어쓰고 감자를 깎는다 교회당 뾰족탑 염소1 염소2 넘쿨딸기1 감자알이 굵어 갈 때 산비둘기 반주 행복 고든박골 가는 길1 넝쿨딸기와 뻐꾸기 앵두 넝쿨딸기2 넝쿨딸기3 내 친구들 딸기와 버찌 고등박골 가는 길2 밭딸기 뱀딸기 넝쿨딸기4 산딸기1 멍두딸기 이스라치 오디 딸기 6월 10일 대추꽃 보리밥 먹기 날씨 쓰레기 강산 산딸기2 살구 하느님과 이야기하기 홍시 임길택 선생의 홍시 대추를 털면서 플라스틱 통 내 몸 같은 바지 잠 아니 오는 밤 입동날 배추 이야기1 배추 이야기2 무 이야기1 무 이야기2 마지막 감 한 개 안개 무서운 안개 자리를 치는 전 형 내 어릴 적 동무들 빛과 노래 노아의 방주 발문 도종환
염소2 염소가 운다 매애애 매애애… 아침부터 쉴 새 없이 울어 목이 쉬도록 울어 울다가 지치면 발밑에 깔린 마른 솔잎 주워 먹고 마른 나무 껍질 뜯어 먹고 또 운다 매애애 매애애…
염소야, 염소야, 이 풀 먹어 봐!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한번 먹어 봐, 이 풀맛을 알면 넌 풀만 먹을라고 할 거야. 죽기 살기로 풀만 먹을라고 할 거야. 그 맛없는 마른 솔잎 딱딱한 나무 껍질은 죽어도 안 먹겠다 할거야.
그러나 염소는 명아주 잎도 코끝으로 냄새만 맡을 뿐 뽕잎도 코에 대기만 할 뿐 고개 돌려 매애애 울기만 한다. 향긋한 쑥잎 보드레한 토끼풀 그것들은 나도 뜯어 먹고 싶은데 염소는 입에 대지도 않는다.
매애애 매애애… 강원도 어느 목장에서 데리고 온 염소 그 목장 울에 갇혀 공장에서 가져온 사료만 먹던 염소는 갇혀 있던 그 쇠창살 우리가 그리워 그 우리 안에서 받아 먹던 사료가 먹고 싶어 매애애 매애애 매애애…
오늘이 벌써 나흘째, 한 달이 지나야 울음을 그칠까. 두 달을 울고 나야 풀 맛을 알까. 한 해를 다 보내야 저 파란 하늘 시원한 골짜기 바람을 즐기게 될까.
그런데 사람은? 사람은 죽어서야 죽어서야 고치겠지. 먹는 버릇 울고불고 하는 버릇 거짓을 꾸미는 버릇 살아가는 버릇을 죽어서야 고치겠지 사람은… _2001. 5.26 (p.52~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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