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6-06-26 01:24
글쓴이 :
이주영
조회 : 4,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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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으로 가는 길/이오덕/한길사.1990.
이 책이 출판된 시기는 전국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으로 시끄럽던 때였다. 참교육을 주장하면서 결성한 전교조에 대해 찬반 여론이 시끄럽고, 참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논이 활발하던 때였다. 전교조를 비판하는 정부와 일부 학자와 언론은 참교육을 좌경용공 의식화 교육이라고 비판하였고, 전교조에서는 참된 민주 민족 인간화 교육이라고 주장하였다. 침된 민주 민족 인간화 교육이라고 주장했던 까닭은 그 동안 교육이 겉으로는 민주 교육과 민족 교육과 전인 교육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반민주 교육과 반민족 교육과 반인간화 교육으로 치닫고 있던 교육 현실에 대한 강한 부정이며, 말에 걸맞는 진짜 민주 민족 인간 교육을 지향하자는 주장이었다. 이오덕 선생님은 참교육이라는 말을 처음 내놓은 일선 교육자로서 그 동안 교육 현장이 말만 민주 민족 전인 교육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반민주 반민족 반인간 교육을 자행하는 거짓된 현실을 개탄하면서 그 현실을 증언하여 왔고, 올바르게 나갈 방향을 끊임없이 제시하여 왔었다. ‘시정신과 유희정신’이 어린이문학이 잘못된 것을 비판하고 올바른 문학정신으로 써야 한다는 생각을 주장한 책이라면 그 다음에 나온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는 거짓된 겉치레 교육을 비판하면서 참교육을 주장하는 책이었다. 이오덕 선생님은 이러한 주장을 끊임없이 현실 모순을 생생하게 기록으로 보여주면서 주장하셨다. 이러한 선생님의 주장에 동의하는 많은 교사들이 교육 개혁에 적극 동조하면서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를 비롯한 여러 교육 단체들이 결성되었고, 1987년에는 민주교육추진 전국교사협의회가 만들어졌고, 1989년에 이르러 그러한 여러 교육 단체에 소속했던 교사들이 힘을 모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결성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리고 교육 개혁의 지향점으로 참교육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이 책은 이오덕 선생님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을 비롯한 모든 교사와 국민들한테 참교육이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일깨워주기 위해 그 동안 쓴 글에 새로운 글을 보태서 출판한 것이다. 모두 5부로 엮어놓은 이 책을 개괄하는 데는 이오덕 선생님이 책머리에 직접 밝혀놓은 글을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기에 그 내용을 직접 옮겨본다.
제1부는,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을 하자면 우리가 지금까지 교육에 대해 가지고 있던 굳어진 생각과 태도를 아주 깨끗이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바꿔 가져야 한다는, 교육관을 크게 옮겨 바꾸는 문제를 두고 최근 두세 해 동안에 쓴 글들이다. 제2부는 겨레교육을 다시 세우는 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세 가지 알맹이-도덕 교육·노동 교육·표현 교육-에 대해 쓴 글이다. 도덕 교육은 겨레 교육을 일으켜 세우는 기둥이라 하겠고, 삶(일하기)과 표현을 통한 교육은 식민지 교육을 깨끗이 맑히고 민주 민족 인간의 참교육을 실천하는 데 가장 효과가 있는 교육의 방법이라고 굳게 믿는다. 제3부는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문제를 생각한 글들이다. 제4부는 십여 년 전에 쓴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인데, 이번에 문장을 아주 많이 고쳐서 여기 넣게 되었다. 제5부는 내가 감명깊게 읽은 몇 권의 교육기록물에 대한 생각을 쓴 글들이다. 우리 겨레가 두 조각으로 난 이 땅에서 억울하고 슬픈 세월을 보낸 지도 어느덧 반 세기 가까이 되어간다. 이 기막힌 땅에서 더한층 비통한 일은 우리가 아이들을 잘못 키우고 있다는 것, 참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우리 겨레가 되지 못하고, 또한 아이들의 생명이 시들어 죽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우리 교육의 그 찌들고 찌든 병통을 진단해서 내 나름의 처방을 해 보았다.(중략) 아이들만이 우리의 희망이요, 교육만이 우리가 몸바쳐 할 일임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본다.
끝 문장은 참으로 비장한 아픔을 토해내는 말이다. 이 글을 다시 읽으면서 나는 내 생각의 많은 부분들이 이오덕 선생님의 생각을 다시 표현한 것이었음을 또다시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1993년 어린이도서연구회를 교사 중심의 단체에서 학부모 중심의 단체로 바꿀 때 대표 구호로 내 세운 것이 세 가지 있었다. 우리 겨레가 올바로 살아야 우리 어린이들도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다는 뜻으로 ‘겨레의 희망 어린이에게 좋은 책을’, 우리 겨레의 어린이를 우리 겨레의 어린이로 자라도록 하기 위해 우리 겨레의 삶에 바탕을 두고 쓴 창작 동화를 읽혀야 한다는 뜻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동화책을’, 우리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내 아이만 위하는 이기주의 교육관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까지 생각하는 이타주의 교육관을 가져야 한다는 뜻으로 ‘내 아이에서 우리 아이로’라는 것이었다. 이 구호들은 10년 동안 우리 회가 발전하는데 큰 힘이 되었으며, 2003년 동화읽는어른모임 10주년 기념 행사에서는 ‘내 아이에서 우리 아이로’라는 개념이 ‘온 세상 아이로’까지 확대 발전하였음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1993년 당시 이런 개념들은 여러 회원들이 함께 논의하면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 논의 중심에 내가 서 있었기에 내가 만든 개념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이런 개념들이 우리 회에서 태어나게 된 뿌리는 이오덕 선생님이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특히 눈여겨 볼 부분은 제2부 참교육이 가야 할 길이다. 참교육이 가야 할 길에는 ‘생명 해방의 표현 교육’, ‘사람이 되게 하는 교육’, 일을 해야 사람이 된다‘는 세 가지 글이 실려 있다. 작은 제목만 봐도 이오덕 선생님이 가야 할 길이라고 가리키는 참교육의 방향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다. ’생명 해방의 표현 교육‘에서는 표현은 숨을 쉬는 것이라면서 표현을 수단을 빼앗기고 표현의의 길이 꽉 막힌 사람은 병이 들어 조금씩 죽어가며, 정신이상자가 되거나 결국에는 죽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따라서 국어, 도덕, 미술, 음악, 체육을 비롯한 전 교과 교육에서 어린이들의 표현 교육을 올바르게 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 길을 또렷하게 밝혀놓았다. ‘일을 해야 사람이 된다’에서는 현재 교과서와 교육 현장에서 일하기 교육이 얼마나 방치되거나 가로막힘을 당하고 있는지를 밝히면서 ‘왜 일하기를 가르쳐야 하는가’ ‘일은 언제부터 가르쳐야 하나’ ‘일하기의 목표’ ‘일하기 교육의 두 옆면’ 일하기 교육의 원칙‘은 물론 각 교과 교육과 특별 활동과 학교 행사와 가정에서 일하기 교육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를 밝혀 놓았다. 이런 선생님 주장을 밀어 놓은 채 21세기에 일하는 아이들의 정체성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요즘 일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없는가? 어린이 문학에 일하는 아이들의 삶을 담아야 할 필요가 있는가? 같은 껍데기 논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최근 우리들의 모습이 부끄럽기만 하다.
이 책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가치는 우리말 쓰기에 대한 것이다. 이오덕 선생님이 쓴 책을 보면 우리 말 쓰기에 대한 변화가 시기에 따라 뚜렷하게 변화·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65년에 출판한 ‘글짓기 교육’는 제목과 내용에 한자를 섞어 썼다. 1973년에 쓴 ‘아동시론’ 역시 제목과 내용에 한자를 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들이 읽으면서 어려워하는 ‘시정신과 유희 정신’은 1977년은 제목과 이름만 한자고 내용은 한글로 썼다. 그러나 대부분 한자말을 한글로만 바꿔 쓴 글이다. 1978년에 출판한 ‘삶과 믿음의 교실’이나 ‘거꾸로 사는 재미’도 비슷한 수준이다. 1984년에 출판한 ‘어린이를 지키는 문학’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부터 제목과 이름까지 모두 한글로 바꿨고, 쉬운 우리말로 쓰기 위한 노력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런 변화는 1983년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를 결성하면서 이뤄진 활동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 뒤 몇 년 동안 쓴 글을 바탕으로 1989년 우리 사회에 쉬운 우리말과 글을 살려 써야 한다는 충격을 던져준 ‘우리글 바로 쓰기’가 출판되었다. 이 책 머리말에서 선생님은 ‘나 개인의 지난날을 돌아보면 어렸을 때 배운 모국어를 학교와 사회에서 끊임없이 빼앗기고 또 스스로 짓밟으면서 살아왔다는 사실을 나이가 60이 훨씬 넘은 이제 와서야 겨우 깨닫게 되었다’고 하였다. 60이 넘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이렇게 치열하게 살다 간 사람이 이 세상이 몇 명이나 더 있을까? 정말 순수한 어린이 마음을 가진 어른이 아니고는 비록 알아채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때부터 선생님은 당신이 그 전에 쓴 글이 부끄럽다면서 다시 내는 걸 달가와 하지 않으셨다. 내려면 다시 고쳐 내야 한다고 하시면서. 그래서 다시 고쳐 낸 책들이 여러 권 된다. ‘참교육으로 가는 길’ 제4부는 이런 마음으로 대부분 20여 년 전에 쓴 글인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제2부를 고쳐 쓴 글로 이오덕 선생님이 한자말을 우리말로 바꾸는 방법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 삼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우리 겨레와 겨레의 아이들이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참교육이 무엇인가를 밝혀주고, 어려운 한자말을 쉬운 우리말로 바로잡는 기준과 방법을 알려주고, 60이 넘은 어른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끊임없이 발전시켜나가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세 가지 관점에서 이 책을 21세기를 살아갈 우리 겨레가 다시 되살려 읽어야 할 소중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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