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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5-04-29 23:44
    밝힘글(성명서)_토박이말 살려쓰면 한자 한 써도 돼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53,793  
       밝힘글_토박이말_살려_쓰면.hwp (15.5K) [45] DATE : 2015-04-30 00:08:07

    밝힘글(성명서)_토박이말 살려쓰면 한자 한 써도 돼

     

     

    20149월에 교육부가 내놓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보면, 2018학년도부터 초?중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섞어서 펴낼 길을 마련하겠다고 하였다. 짤막한 몇 마디로 적어놓았으니 어째서 이런 말이 나오게 되었는지 도무지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짐작하건대 이런 말을 내놓은 교육부는 적어도 우리 말과 남의 말을 가릴 줄을 모르거나, 왜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 써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 말과 남의 말을 어떻게 가리는지, 왜 토박이말을 살려 써야 하는지 그 까닭을 간추려 몇 마디 적어 보이며, 제발 하려던 짓 곧바로 그만두라고 우리 뜻을 밝힌다.

     

    첫째, 우리가 쓰는 말에서 우리 말과 남의 말을 어떻게 가려내나?

    우리가 쓰는 말이라고 모두 우리 말이 아니다. 우리 겨레가 만들어서 써온 토박이말이 우리 말이다. 우리 배달겨레가 쓰는 말이라서 배달말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우리가 쓰는 말에는 들온말(외래어)’이 있다. 들온말은 남의 말(외국어)’ 가운데서 우리 말처럼 바뀌어 쓰이는 말이다.

     

    둘째, 우리 말에는 한자말이 70퍼센트 넘게 차지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우리 배달겨레가 쓰는 우리말사전에는 배달말이요 토박이말인 우리 말 낱말보다 더 많은 남의 말 낱말이 들어차 있다. 참 안타깝고 기막힌 일이다. 우리말사전에 올라와 있다고 남의 말 한자말이 우리 말 토박이말이라 할 수는 없다. 하루빨리 배달말이요 토박이말을 올림말로 삼고, 우리 토박이말에 없는 들온말만 올린 우리말사전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셋째, 우리 말을 찾아 살려 쓰면 말이 아주 또렷하고, 맛과 느낌까지 나타낼 수 있다.

    한자말로는 모래나 자갈 퍼 담는 것이나 나물 캐는 것을 통틀어서 채취라고 한다. ‘산나물 채취라고 하면 아무 느낌이나 맛이 없지만, 우리 말로 쓰면 쑥은 캐고돌나물은 걷고’, 도라지도 캐고’, 고사리는 꺾고하니까, 얼마나 여러 가지 맛이 나고 향긋한 느낌이 드는가. 버스 타면 안전띠 착용이라는 말을 보게 되는데, ‘착용이라니 얼마나 딱딱한가. 이 말도 우리 말로 쓰면, 안전띠는 매고’, 옷은 입고’, 신은 신지’. 이름표는 달고’, 모자는 쓰고’, 넥타이는 매고’, 그러니까 얼마나 부드러운가. 우리 토박이말은 이런 맛과 느낌까지 나타내는 말이다. 이런 우리 말을 누구나 쉽게 적어 서로 잘 통하면서 살아가라고 세종 임금님이 내놓은 훈민정음, ‘한글은 세상에서 으뜸인 글자 아닌가!

     

    넷째, 우리 말 임자들이 하는 말 좀 들어보기 바란다.

    보름 쯤 지난 일이다. 어느 방송 누리집에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 어떻게 보십니까?’ 하고, 찬성 반대 뜻을 묻는 투표와 의견 적어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1,500여명이 참여하였고, 반대하는 뜻을 가진 사람 비율이 높았다.

    한자 몇 자 알아서 낱말 뜻을 아는 아이들은 참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한자 틀에 갇혀 꽉 막혀 있다 싶어요. 그렇지 않고 책읽기로 문맥 속에서 말뜻을 익힌 아이는 참 열려 있구나 싶어요. 낱말 공부는 한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와 글쓰기로 해야 합니다. 우리 좋은 한글을 놔두고 왜 한자 타령을 하는지, 정부가 학원 장사놀음에 놀아난다 싶네요.”

    프랑스말의 60% 정도가 라틴어 어원의 말이고, 영어의 40% 이상이 라틴어에서 온 말이라서 전에는 더러 라틴어를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었답니다. 하지만 지금은 프랑스나 영국, 미국에서 라틴어를 배우는 학생은 전체 평균 2%(?) 극소수랍니다.

    한마디 의견 적어 놓은 걸 죽 읽어 보니, 교육부에서 이 일 맡은 일꾼이 꼭 읽어 보았으면 싶은 글이 많았다.

     

    다섯째, 한자 가르치는 일이 늘어나면 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은 멀어진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는 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가 우리 자신뿐 아니라 이웃과 겨레와 모든 사람들을 평화롭고 희망이 있는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게 된다고 믿는다. 1983년에 세운 뒤로, 지금까지 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로 교육을 해오고 있다. 우리 말을 살려서 쓰는 글쓰기로 아이들 삶을 가꾸고, 그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 이 일도 초등학교 아이들한테 한자 가르치는 일을 보탠다면 하기 어려울 건 뻔하다.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 쓰면 한자말 안 써도 되고, 한자 몰라도 괜찮다. 아름답고 쉬운 우리 말 내버리고 알아듣기 어려운 남의 말을, 그것도 한글 아닌 한자로 적겠다니 말이 되는가? 말 같잖아서 대꾸하기도 귀찮다. 하지만 교육부가 억지로 밀어붙이면 아이들한테 멍에 씌워질 일이라 막아 보려고 한마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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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