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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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7-01-08 13:50
    첫정은 나야.
     글쓴이 : 목선재
    조회 : 4,718  
    다음날. 아빠는 그렇게 좋은 이름이면 아쉽지만 '종찬'으로 하자고 했고 내일 할아버지는 종찬이를 대리고 호적에 올리고 와야 겠다고 하셨다.마음속에서 뭔가가 끓어오르는걸 참으려면 최소한 그것을 참을수 있는 어떠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적어도 나는 그렇다.하지만 지금은 그런것도 없다.다행히 종찬이의 기저귀가 떨어진 탓에 엄마와 나는 같이 산책을 하게 되었다.대림시장으로 내려와 베비라로 가려는데 엄마가 갑자기
     "선재야.부탁이 하나 있는데 종찬이 질투하지마"
     라고 말했다.갑자기 모든 감정을 다 들켜버린것 같아 조금은 무안해졌지만 이 기회에 내마음을 말해서 이제 질투가 나도 그것을 참을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근데..나도 아는데 이러면 안되는거 아는데...난 처음이잖아..가족들은 내가 되게 참을성도 많고 그런줄알고 나도 내가 그런줄 알았어.그래도 11년이나 외동으로 자랐잖아.우리 가족이 다섯일때.나만 희망이고 나만 예쁠때.그럴때 가끔은 그립단 말이야."
     하고 말했다.종찬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마음에도 없는 얘기 였다.엄마가 갑자기 기가 막히다는듯이 웃으면서
     "야 목선재.너 바보 아냐? 선재야.향기로운 꽃이 한송이 있어.선재는 그 꽃의 향기를 맏고 갔는데 그다음에 종찬이가 와서 그 꽃의 향기를 맏는다고 해서 꽃의 향기가 없어질것 같아?아니야.종찬이가 아무리 예뻐도 선재넌 우리가족의 첫정이야.종찬이를 할머니 할아버지가 예뻐한다고 해서 선재가 미워지는건 아니라고.그리고 말이야 선재너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종찬이 예뻐하는게 좋잖아."
     라고 말했다.할머니 할아버지가 만약 종찬이를 예뻐하시지 않았다면..이렇게 질투할일은 없었겠지?근데 이상하게 나하고 엄마밖에 종찬이 안예뻐하면 지금보다 더 괴로울것 같아.지금은 내가 스스로 내맘 자제하고 풀수 있지만 만약 내가 생각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누군가 위로해 준다고 될일 아니잖아.
     "안그래?"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내 표정이 어두워 보였는지 엄마는 내 대답을 재촉했다.고개를 끄덕이는데 그동안 종찬이를 미워하느라 힘들었던 일들하고 종찬이가 뱃속에 있었을때 추억들을 생각하니 기여이 슬픔들이 밀려왔다.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나니 아주 조금 홀가분해 졌다.
     "아자!이제 종찬이 크면 너 힘들일 엄청 많은데 벌써부터 힘들면 어떻해 응?"
     내표정이 아마 계속 어두웠나 보다.질투....너무 자존심이 상하는 감정이다.난 오늘하루 내 자존심무너진다 생각하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얘기를 하는동안에도 계속 걷고 있었기 때문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베비라를 향하려 하자 이미 베비라에 도착해 있었다.갈때는 가볍겠다.훨씬.안으로 들어가자 밖에서는 인형과 옷들이 뒤죽 박죽 석여있는것처럼 보였던 베비라가 예쁜 모자들과 옷들로 가득했다.엄마가 여자옷을 뒤척이며
     "에이.선재는 여자옷들은 되게 이뻐 보이는데 남자애들 옷은 눈에 드는게 없어"
     하고 투덜거렸다.나도 그건 그랬다.사방을 둘러보면 예쁜 꽃무니에 리본,레이스달린 공주 옷들은 다 여자애들 꺼였고 아무리 봐도 남자애들꺼는 눈에 드는게 없었다.한참 여자애들 드레스를 뒤척이던 엄마가 이제야 기저귀를 사기위해 여기왔다는게 생각 났는지 아줌마에게
     "신생아용 기저귀좀 볼께요"
     라고 말했다.그러자 아줌마는
     "어떤걸로 보여드릴까요?하기스?"
     하고 물었다.하기스 기저귀에는 신생아용 이라고 쓰여있었다.그걸로 산다음에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기여이 베넷저고리랑 우주복이 눈에 띄였다.엄마도 같은 생각 이였는지 생각도 없었던 베넷저고리를 보여달라고 했다.결국 기저귀만 사고 온다는 꿈은 버린채 하얀색 새 배넷저고리는 종찬이 몫이 되어 버렸다.내일이면 호적에 종찬이 이름이 드디어 올라간다.종찬이도 떳떳한 우리가족이 되는것이다.하지만 종찬이에게 추신을 하나 올려야 겠다.우리 가족의 첫정은 죽었다 꺠어나도 나라는것!